연관검색어 ‘이단’에 대한 심의결정

Atheists or Religious

1. 종교의 자유와 연관검색어에서의 ‘이단’ 표현

본 건은 현직 목사로 재직 중인 신청인이 자신의 교회명과 연동해서 제시되는 연관검색어 가운데 ‘이단’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을 삭제요청한 건이다.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특정 교회명과 연관해서 제시되는 ‘이단’이라는 검색어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보다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측면이 크다는 취지로 삭제를 요청하였다. KISO는 이에 대해 ‘해당없음’ 판정을 내렸다.

종교와 관련한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이기에 KISO의 이번 심의결정은 헌법이 지향하는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우선시 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의 자유의 범주에는 1)신앙의 자유(신앙 선택과 신앙고백의 자유), 2)종교행위의 자유(선교, 종교교육), 3)종교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종교행위의 자유나 종교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현행 법률들과 관련이 있지만, 신앙의 자유의 경우에는 온전히 사람의 마음속의 문제로 법률 밖에 있다고 하겠다.

특정 종교를 이단이라고 칭하고 이를 공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이 선교의 자유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고 새로운 신자를 규합하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를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하는 자유도 포함되는 바, 종교적 선전, 타종교에 대한 비판 등은……. 일반적인 언론출판에 비하여 고도의 보장을 받게 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다른 종교나 종교집단을 비판할 권리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것인데, 그로 인하여 타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종교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법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그 비판행위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공표가 이루어지는 범위의 광협, 그 표현방법 등 그 비판행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비판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침해의 정도를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야여 할 것이다”고 판결하였다1 .

또한 우리나라 대법원은 2010.9.9.선고 2008다84236 판결2 등에서도 일관적으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헌법 제20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하여 특별규정에 성격을 갖는다고 하면서, 종교에 대한 비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종교의 자유 중 선교행위에 대한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연관검색어에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선교행위의 주체는 인간 또는 종교단체와 같은 조직이어야 하며, 그 행위의 목적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점에서 KISO의 이번 심의결정에 대해서는 다소의 이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KISO가 이 같은 심의결정을 내린 것은 종교와 같은 ‘사상의 영역’과 관련해서는 삭제와 같은 인위적인 통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 심의판정의 기준

이번 심의는 KISO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3호인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권리침해 등을 이유로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한 경우, 그 내용이 공공의 이익 또는 공적 관심사와 관련이 없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이거나, 일정기간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론화 되지 않은 사유 등으로 그와 관련된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관검색어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을 검토하고 적용하였다.

또한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4호에서 특정인에 대한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적 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경우에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들과 함께 KISO가 이번 심의결정에 적용한 근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이단’에 대한 판단 배제

KISO의 이번 심의 결정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첫째, 종교의 이단성 여부를 판단을 배제했다. ‘이단’성 판단 여부는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을 뜻한다. 신청인은 ‘이단’이라는 검색어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소명자료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이단조사연구위원회 명의의 문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KISO는 이 문서를 심의판단의 자료로 고려하지 않았다.

이단성에 대한 판단을 배제한 KISO의 정책은 기존의 판례나 학술적 논의를 고려할 때 타당한 결정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단의 개념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단’이라 용어는 유교사회에서 ‘불교’나 ‘도교’ 등을 헛된 가르침으로 규정하던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천주교와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단’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1911년 기독교 선교사였던 게일(James Secarth Gale)이 편찬한 1911년 <한영사전-Korea-English Dictionary)>의 이단 정의는 ‘헤레시’(heresy) 즉, 정통에 어긋나는 교리를 의미하며 ‘미신’을 지칭한다. 기독교 관점에서 이단은 기독교의 정통교리에 반하는 것이자 미신(superstition)과 관련된 것으로 정의된 것이다.

초기 기독교가 한국에 보급될 때는 기독교와 비기독교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단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가, 이후 기독교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성서해석의 다른 관점으로까지 그 해석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종교사적으로 볼 때도 ‘이단성’의 판단여부는 종교적 해석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일종의 ‘특정 공동체 내에서의 사회적 합의’에 가깝다. 따라서 KISO가 신청자의 이단여부에 대한 판단자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적절한 처리라 하겠다.

나. ‘이단’, 사실적시에 해당되지 않아

KISO는 이단이라는 표현이 사실적시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3 에서는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여기에 배치되는 교리인지 여부는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특정인이나 교회 또는 그 활동 등에 대하여 이단이라고 칭하는 것만으로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단’이라는 표현은 특정 종교 공동체의 임의의 기준이며 상대적인 것으로 자체가 사실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KISO도 연관검색어인 이단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단지 특정 종교체제 내에서의 의견표명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다. 공공의 이익과 공적 관심사에 해당

KISO는 심의결정문에서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는 단순히 사업자의 편의서비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수 이용자들의 공개적 표현을 반영하며 아울러 다수 이용자의 관심을 알려줘 알 권리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연관검색어를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반영하는 적극적 수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는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이용자가 작성한 게시물 등에서 추출한 단어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즉, 입력된 다수의 데이터로부터 일정한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산출한 결과 값이다. 즉 다수 이용자의 검색어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연관검색어는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반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다양한 층위의 데이터로부터 합산된 알고리즘의 결과 값은 개인화 시킬 수 없는 일종의 총량 값으로서 선교행위와 같이 구체적인 목적성을 갖는 행위와 등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또한 다수 이용자가 관심을 보인 정보가 공적 이익과 부합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그 해당 표현으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과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침해의 정도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KISO의 이번 심의결정은 단순히 알 권리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며,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공공의 이익”과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고려하여 심의대상 검색어인 이단의 삭제가 종교 비판의 권리를 일부 침해하는 측면이 있으며, 그로 인해 해당 검색어를 유지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신청인의 피해보다 작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KISO의 판단은 우리 헌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해석한 것으로서 이단과 같은 종교적 논쟁이 비록 일부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지만, 그 자체가 공적 영역에 해당하므로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라. 차별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아

KISO는 이번 심의에서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4호에서 특정인에 대한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적 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경우에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이 조항은 KISO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표현은 ‘혐오표현(gate speech)’로 나타나며, 이는 대상 집단에 대한 내면적 혐오감 드러내는 행위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나 증오는 편견과 차별, 적대적 감정을 동반하여 큰 상처를 안기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이 조항은 ‘사회갈등 완화’라는 목적성을 갖고 있기에 관련되는 이슈가 ‘사회적 수준의 갈등’에 해당되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당 검색어인 ‘이단’은 다양한 종교에서 집단 내 또는 집단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종교단체가 존재하며, 종교단체를 둘러싼 갈등은 지역갈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 같은 맥락에서 KISO는 정책결정 제13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남은 과제

KISO의 이번 심의결정은 몇 가지 점에서 후속적인 논의과제를 남기고 있다. 그동안 KISO는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어를 적극적인 미디어서비스로 보고 피해구제관점에서 다수의 심의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심의결정은 서비스의 특성 보다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존중했다. 연관검색어가 종교의 자유가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단 표현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삭제하지 못하는 것은 자칫 이 용어에 대해 원칙 없는 포괄적 삭제가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 교회나 목회자에게 이단이라는 표현이 붙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낙인효과’가 연관검색어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되는 가치와 훼손되는 권리간의 균형성 판단 역시 쉽지 않은 문제로 여겨지며 후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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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1996. 9.6. 선고 96다193246호 [본문으로]
  2.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다84236호 [본문으로]
  3. 대법원 2008.10.9. 선고 2007도1220호 [본문으로]
저자 :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KISO 정책위원/KISO저널 편집위원장/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건국대학교 KU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