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해결책은 없는가?

1. 왜 소라넷을 이용하는가?

1999년 성인들을 위한 음란물과 음담패설을 제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작된 소라넷은 2000년대 초반 성인전용 포털사이트로 성격을 바꾸면서 현재 약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음란사이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 남자들이 성과 관련해 상상하고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라 할 만큼 소라넷에는 엄청난 분량의 성관련 콘텐츠가 존재한다. 포르노는 물론 몰래카메라를 통한 성관계 영상, 성매매와 유흥업소 정보, 성폭행 경험담 및 강간 모의 등 불법적인 영역까지 망라하고 있다. 성과 관련한 것이라면 내용과 형식은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그림> 소라넷 홈페이지

<그림> 소라넷 홈페이지

규제를 위한 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라넷은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더 확장되고 단단해졌다. 이제는 그 실체와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단속도 쉽지 않은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했다. 경찰은 2015년 말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소라넷을 폐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넷에서는 소라넷 폐지청원 운동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고 다양한 단체들이 소라넷의 불법성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소라넷은 한국의 성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소라넷은 어떻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소라넷을 떠받쳐온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소라넷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에 대해 폐쇄적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특징과 적대적인 성차별주의에 머물면서 변화하고 있는 성에 대한 담론을 거부하는 남성우월의식이 소라넷을 키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학자 슈나이더(Schneider, 2005)1는 성에 대한 규제가 강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성과 관련한 자신의 모든 것을 사적인 공간에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성에 대한 기준에서 벗어난 성적 취향이나 관심이 공개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일탈적인 존재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상황이라면 무리일까? 우리 사회는 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원인을 찾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도덕적 잣대에 근거한 처벌적 대응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개인의 사적 영역은 인터넷 및 모바일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더욱 폐쇄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성과 관련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라넷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성적인 모든 것을 숨겨두는 거대한 사적 영역의 총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성은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되고 가공되는 과정을 통해 왜곡되며 변질되는 것이다.

2. 소라넷의 문제

경찰의 강력한 폐쇄의지에 대해 소라넷 일부에서는 성에 대한 성인의 자유로운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소라넷에 있는 내용이 모두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내용들도 있다. 성인의 권리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소라넷에 버젓이 존재하는 명백한 범죄성 자료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그것이 생각이나 상상을 넘어 범죄행위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을 저지르고, 초대남이라는 제목으로 소라넷 채팅을 통해 타인에게 강간을 부추긴다든지 함께 강간을 모의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화장실, 샤워실, 공공장소 등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게재하는 것 역시 폭력이자 범죄이며, 미성년을 대상으로 성관계를 갖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진이나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범죄행위이다. 게다가 그곳을 통해 마약이나 불법 의약품까지 거래되고 있다하니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나 독일을 비롯해 성적으로 개방적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불법적인 경우까지 성인의 권리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소라넷의 이러한 실태에 대해 전해들은 외국의 성 연구자들의 반응도 하나같이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라넷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곳에 게시되는 내용의 대부분이 여성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몸을 담기 위해 그들은 시공간은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성인으로서의 권리를 떠나 분명한 것은 소라넷은 여성을 단지 성적인 유희의 대상이자 볼거리로만 바라볼 뿐, 여성의 인간적인 존엄이나 성적인 주체성 등은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성차별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아카라와 등(Arakawa et al., 2012)2은 연구를 통해 남녀 성평등지수가 높은 노르웨이에서 유행하는 포르노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상대적으로 성평등지수가 낮은 나라에서 유행하는 포르노에 비해 여성을 좀 더 힘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한 사회에서 유행하는 포르노는 그 나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한국의 최대 성인포털사이트라는 소라넷에 담겨진 모든 콘텐츠가 다분히 여성에 대한 무시와 차별로 얼룩져 있는 것을 통해 우리는 한국 성의식의 현주소를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3. 해결을 위한 제언

해외 여러 곳에 서버를 분산해 두고 있으며 트위터나 텀블러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도메인을 변경하는 상황에서 소라넷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소라넷 문제는 성적 수치심을 쉽게 유발하는 폐쇄적인 성문화 구조가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과 결합해 나타난 결과로 봐야한다. 이를 근거로 소라넷 문제 접근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소라넷의 무조건적인 폐쇄가 곧 소라넷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소라넷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부분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다. 우리나라는 가능한 모든 음란물을 차단하고 규제하겠다는 정책적 기조아래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경찰 및 공무원 뿐 아니라 누리캅스라 불리는 일반인 사이버 명예경찰도 음란물 단속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외국에서는 비판적이다. 얼마 전 포브스(Forbes)지3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포르노 규제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비유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아동포르노물이나 수간 등 일부 장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한 처벌을 적용한다. 즉,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시대를 통틀어 성과 관련한 전면적 폐쇄조치가 성공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라넷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점은 성폭행 사건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등이지만 그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라넷과 관련해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가에 대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에 서버가 있어 외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면 공조가 가능한 지점을 찾고 구체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범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외국과의 공조를 통한 소라넷 폐쇄에만 안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소라넷의 서버가 어느 곳에 있는 지를 찾아낸다고 해도 그 서버를 없애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수사와 사법권 행사에 있어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소라넷이 해당 국가의 국내법에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를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복잡해진다. 양국의 범죄 기준이 달라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법률전문가들의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 이 또한 소라넷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측면들을 토대로 공조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소라넷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라넷의 실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여론 환기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라넷이 성적인 호기심과 성적 만족을 위한 단순한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모의되고 발생하는 적절하지 못한 공간임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작년에 방송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소라넷편은 국민적인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소라넷을 포함한 성인포털사이트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면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올바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성에 대한 성숙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소라넷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화두는 부끄럽지만 무겁다. 성인의 볼 권리를 떳떳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소라넷의 자정노력 또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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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henider, A. (2005). A model of sexual constraint and sexual emancipation. Sociological Perspective, 48(2), 255-270. [본문으로]
  2. Arakawa, D., Flanders, C., & Hatfield, E. (2012). Are variations in gender equality evidient in pornography? A cross-cultural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Intercultural Relations, 36(2), 279-285. [본문으로]
  3. Worstall, T. (2012.12.10.). South Korea attempts to ban online porn: Emptying the ocean with a bucket. Available: http://www.forbes.com/sites/timworstall/2012/12/10/south-korea-attempts-to-ban-online-porn-emptying-the-ocean-with-a-bucket/#14828f8b5c4f [본문으로]
저자 : 심재웅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