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널리즘과 뉴미디어의 도전

1. 온라인 미디어와 포털온라인저널리즘_이미지_2

그래도 시대는 변했다.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포털 뉴스 서비스로 풀어나가는 자체가 변화다. 뉴스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매개와 유통만 하는 포털은 언론이 아니라고들 했다. 하물며 저널리즘 논의에는 끼워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신문 등 기존 언론 생태계를 교란한 장본인쯤으로 여겨졌다. 이제 포털을 빼놓고 온라인 저널리즘 논의는 불가능하다. 당초 ‘온라인 저널리즘의 위기와 전망’을 주제로 KISO 원고를 청탁받은 것은 지난 5월 중순. 그 무렵 상황은 지금과 달랐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가 이렇듯 논쟁적 이슈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5월 28일 두 회사는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제안했다. 최근에는 ‘오피셜 댓글’이라는 새로운 구상이 나왔다. 두 이슈 모두 뜨거운 감자다.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인터넷 기업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의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돌직구 혹은 발상의 전환으로 나온 구상이라는 점은 먼저 밝혀둔다.

2. 어뷰징 논란과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2014년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매체는 인터넷 신문 6,000여 개를 포함해 1만 8,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00여 개 신문이 다음카카오 및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검색 결과로 노출된다. 또 140여개 매체가 정보제공료를 받고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털이 어떤파트너와 계약 혹은 제휴를 맺든, 사실 민간 기업 의 선택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두 가지 전혀 다른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제휴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언론사는 포털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닐텐데 당연히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이른바 ‘어뷰징’이나 서비스 장애 등 심각한 문제가 반복되면 두 차례 경고에 이어 ‘삼진아웃’으로 제휴를 종료했다. 반면 기업이나 주류 언론들은 악의적 기사로 광고비를 요구하기 일쑤인 ‘사이비 언론’을 포털이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더 많은 매체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더 많은 매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양쪽의 비판이 계속커졌다.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보내거나 실시간급등검색어 등에 맞춰서 같은 키워드를 넣은 어뷰징 기사는 저널리즘을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여겨졌다.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 마냥 포털은 수년 간 어뷰징과 전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주류 언론까지 어뷰징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제휴 매체와 달리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상대방에 대해 삼진아웃 같은 제재는 불가능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작동했던 포털의 ‘룰’이 삐그덕거렸다.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돌아갔다. 마당을 열어놓은 책임이 점점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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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 (2015. 5. 28)

 어뷰징은 포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익, 트래픽을 위해 어뷰징에 빠져든 언론의 고민이기도 하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를 언론과 같이 풀어나가고자 했다. 언론계에 먼저 제안을 했다. 공적 책임감이 있는 기구를 만들고자 한국신문협회 등에 제안했다.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에도 도움을 청했다.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구상은 이렇게 나왔다. 나름 고민을 거쳐 내놓은 해법. 그러나 외압이니, 정파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니 온갖 의혹이 이어졌다. 대체 뭐하려는 속셈인지 포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탓이라면 반성할 일이다. 책임을 나누자고 바깥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포털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겸허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포털이 언론을 평가하고 어뷰징 제재를 하는 것도 환영받는 일은 아니었다. 더 정교하게 어뷰징 순위를 매기고, 계약이든 제휴든 칼처럼 끊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포털이 자기 책임을 다한다고 했을지 유통 플랫폼의 횡포라 했을지 단정할 수 없다. 일부 언론 입장에서 어뷰징은 “우리만 안 할 수 없는” 고충일 수도 있다. 서로 노력하면서 게임의 룰을 함께 만들면 안될까 고민했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노력하고자 한다.

3. 오피셜 댓글을 둘러싼 쟁점

시작은 웹툰이었다. 웹툰 작가들은 2010년 이후 작가 ID로 최상단 댓글을 달면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일부 뉴스에 기자들의 공식 댓글 창을 시도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기사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지난 십수 년,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해오던 이들이 있다. ‘오피셜 댓글’은 그들이 고민해온 결과물 중 하나다. 언론사와 기자에게 ‘오피셜 댓글’을 열어주면서 기왕이면 기사 당사자에게도 길을 열어주는 것은 합리적 수순이다. 그것이 정부든 기업이든, 혹은 개인이든.

뉴스에는 하루 수십 만 댓글이 달린다. 거친 비방 댓글도 적지 않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댓글 소통이 좀 더 건강해질 수 없을까. 악성 댓글 대신 공적 댓글이 활성화되면 투명한 공론장이 만들어지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 고민의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반론권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꼼꼼한 사실 확인을 통해 기사 퀄리티가 높아질 수도 있다. 충실한 반론은 독자를 설득하고, 부실한 반론은 독자의 확신을 굳혀줄 수 있다. 독자들도 충분히 현명하게 판단한다.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를 매개, 유통한다면, 책임 있는 정보들이 선순환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도리. 이용자 입장에서는 원래 보도와 오피셜 댓글 등을 토대로 쟁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좀 더 타당하고 논리적인지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뉴스의 모바일 유통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원래 포털은 맥락이 중요한 사안의 경우, 발생부터 후속 보도, 반론까지 차례로 편집하거나 묶음 편집으로 제시했다. 모바일에서는 포털 편집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SNS를 통해 링크만 유통된다. 해당 기사 자체로 소통의 완결성을 갖추려면 보도한 기자의 입장, 혹은 보도 당사자 입장이 한 줄 더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서비스로만 볼 때는 오피셜 댓글이 괜찮은 이유를 열 가지씩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논란은 포털에 대한 불신이 더 문제다. 정부나 기업 등 강자와 꿍꿍이를 벌인다는 의혹은 풀어볼 수 있겠지만, 약자의 반론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아프다. 그러나 이 구상도 궁극적으로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고민에서 출발했다. 댓글 소통 방식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4. 온라인 저널리즘

저널리즘은 언제나 권력과 대척점에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공권력과 자본권력을 비판하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도록 하는 버팀목이다. 온라인 시대는 종이신문의 쇠락을 가져왔다. 어뷰징은 생계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이용자의 어뷰징 뉴스 피로도도 높아졌다. 어뷰징 해법 모색은 포털 만의 몫이 아니다. 뉴스평가 제휴위원회가 됐든 또 다른 방식이든, 이제는 함께 어뷰징에 정면대응해야 한다.

포털이 온라인 뉴스 유통 플랫폼이 되면서, 기존 매체가 포털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하지만 국내와 사정이 다르고 포털이 없는 국가에서도 미디어는 힘들다. 이제 미국의 뉴스는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소비된다. 애플과 구글도 각자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파트너 언론사를 선택했다. 언론과 플랫폼이 손을 잡고 뭔가 계속 모색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은 온라인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수익모델은 모두의 고민이지만, 어뷰징 유혹은 연대를 통해 함께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오피셜 댓글도 온라인 시대 쌍방향 소통이 진화하면서 나타난 형태다. 성공적으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온라인 공론장을 살리는 묘수도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저것 시도라도 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터. 방향을 잡고 진행하면서, 고쳐갈 수 있다.

다시 한 번, 신뢰의 문제, 소통의 문제로 돌아간다. 포털이 파트너가 아니라 믿지 못할 이들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포털 책임이다. 기존 미디어 혹은 시민사회 눈에도 포털이 외부의 압력에 흔들거릴 만큼 불안해 보였다면,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포털 역시 언론과 함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파트너다. 정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맞을지 틀릴지 모르는 해법을 궁리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지속가능성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뭐든 해보고자 한다.

저자 : 정혜승

디지털 정책가/(전)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전)카카오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