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에 대한 정책결정 리뷰

1. 정책결정의 배경

자살은 일탈(逸脫)이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사회의 상규(常規)를 벗어나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고전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라는 일탈적 행위의 속성을 단순한 개인의 차원에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결속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사회통합의 정도와 규범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자살율이 낮고, 반대로 사회의 결속력이 낮고 규범적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높은 자살율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경우 OECD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2010년 사회통계지표에서 교통사고율, 이혼율, 자살율 등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율이나 이혼율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자살율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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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국의 자살율과 자살자 수 추이(2006-2011)

다른 국가와의 비교뿐만 아니라 절대치에 있어서도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의 자살은 급등하는 추세이다. 자살율은 2006년 10만명당 21.8명이었던 수치가 해마다 증가하여 작년에는 10만명당 31.7명까지 그 수치가 급증하였다. 자살의 원인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사회구조적인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제시, 분석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개인들의 일상에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인터넷 공간이 자살에 있어서 다양한 매개를 제공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KISO와 회원사들은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 결정을 마련하여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의 인터넷문화 조성에 기여하는 노력을 제고하고자 한다.

2. 정책 결정의 내용

이번 정책 결정의 취지는 자살과 관련한 위험 정보로 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조치들을 회원사들이 적극적으로 취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주요 내용은 회원사의 사이트 상에 존재하는 자살과 관련된 유해 게시물이나 커뮤니티를 신고 등을 통해 인지한 경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이용을 제한하고, 커뮤니티의 명칭에 자살을 목적으로 하거나 방조 또는 유인하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알게 된 경우에는 그 명칭을 허용하지 않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의 신고 등을 통해 자살 시도의 긴급성과 위험성이 있는 게시물을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 등 관련기관에 신고함과 함께 자살관련 키워드의 검색 시 자살 예방 상담기관 등의 정보가 노출될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가. 게시물과 커뮤니티에 대한 제한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고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구도 하에서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에 연유한 자괴감과 열등감, 지배적인 물질만능 가치관 아래 겪게 되는 이해관계의 충돌,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겪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 질병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인간 관계 속에서의 마음의 상처와 갈등 같은 요인들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살아감에 있어 이러한 일들을 겪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문제이지만, 그 정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개인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자살을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에는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존재한다. 얼마나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는지, 또 극단적인 생각을 품게 되었을 때 충동적인 행위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자제와 인내에 기반하여 감정을 극복하는지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에서 말하는 상황과 조건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의 존재이다. 주변인을 통해 개인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강화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무력감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인적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인지관계는 없었지만 서로의 관심과 경험 공유를 통한 새로운 관계의 형성이 매우 활발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에 기반한 소통을 통해 현대인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살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의 공유가 충동적인 감정을 실제 행위로 연결시켜주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해 개인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이겨 낼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주변인이 존재하는 경우와 자살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자살이라는 행위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금번 정책 결정에서는 먼저 ‘회원사가 자살과 관련된 유해 게시물이나 커뮤니티를 신고 등을 통해 알게 된 경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였다. 또한, ‘각 회원사는 카페 등 커뮤니티 명칭에 자살, 동반자살을 목적으로 하거나 방조 또는 유인하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알게 된 경우 그 명칭을 허용하지 않는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게시물을 통해 표출되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게시물 이용을 통해 충동적인 감정에 의한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관련 내용에 대한 사전예방과 사후 모니터링 활동에 보다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나.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 협조체계 구축

보건복지부는 자살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목적으로「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을 2011년 3월 31일에 공표한 바 있다. 이에 의거하여 자살예방 전문인력의 양성은 물론이고 자살위기자에 대한 상담을 위해 보건복지콜센터(129)의 운영도 마련되었다. 또한, 사이버상 자살동반자 모집정보 등 자살유해정보를 차단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정보통신제공자 단체의 소속 공무원 및 직원이 참여하는 자살유해정보예방협의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KISO는 이와 같은 자살예방법의 효율적 운영과 자살관련 정보에 대한 실질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통해 자살예방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금번 정책결정을 통해‘각 회원사는 신고 등을 통해 자살 시도의 긴급성과 위험성이 있는 게시물을 알게 된 경우수사기관 등 관련기관에 신고한다’는 조항을 마련하였다.

다. 자살 관련 키워드 검색 시 자살 예방 관련 정보의 노출

인터넷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검색을 통한 정보 활용은 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보편화 되었다. 자살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키워드를 통한 검색과 함께 관련 정보의 노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용자들의 알권리를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서비스 본연의 취지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자살과 관련한 유해한 정보의 노출이나 동반자살을 도모하고자 동조자를 찾는 커뮤니티로의 연결은 공익적 관점에서 다양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KISO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의 마련에 있어서‘각 회원사는 자살 및 동반자살 키워드의 검색 시 자살 예방 상담기관 등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두어 이용자의 알권리에 대한 보장과 함께 예방을 위한 노력도 아울러 도모하고자 했다. 자살예방법 공포 이후 정부는 중앙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관 및 제도,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홍보의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살 관련 키워드에 대한 검색 시 자살예방을 위한 기관 및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있어 중요한 계기로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책 결정의 의의

자살은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금번 KISO의 자살 예방에 관한 정책결정은 우리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작동할 수 있는 실제적 조치들을 명시화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또한 2011년 공포된 자살예방법의 세부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실현하여 생명존중 문화의 증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살과 관련하여 다양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이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자원의 선용(善用)을 통해 생명과 삶의 가치에 대한 재고(再考)의 공간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선순환의 매개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정책의 내용들이 실효성있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일회적인 시스템의 마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과 관점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검토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살 관련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관련 내용과 이용자 인식에 대한 질적인 분석을 실시하여 보다 효과적인 차원에서 자살 예방과 생명윤리에 대한 존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의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 : 배영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KISO 정책위원/한국정보사회학회 이사/한국사회학회 이사/[저서] 한국의 인터넷을 논하다, 인터넷 권력의 해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