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를 통해 본 유니콘 성장 신화의 한계점

‘위워크는 유니콘이 되어서는 안 됐었다’, ‘유니콘 포르노: 실제 가치가 아닌 장부 수익을 높이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스타일’…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으로 불렸던 위워크를 바라보는 싸늘한 외신 제목들이다. 사무실 임대 서비스를 영위하는 이 회사는 2019년 10월 상장(IPO)을 철회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시장에 유니콘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더 나아가서는 그들을 둘러싼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전하고 있다.

위워크는 소수의 큰 손 투자가들을 넘어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유니콘의 등에 올라타기는커녕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기업가치는 말도 안 되게 폭락(47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하고, 급기야 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CEO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다. 2400여 명의 임직원 해고도 뒤따랐다.

그동안 ‘공유 경제’와 같은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유저를 빠르게 확보해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거액의 투자까지 받았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젊은 창업 기업의 ‘수익성’은 쉬쉬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타트업이라면 돈을 벌 때까지는 으레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는 ‘따뜻한 편견’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위워크의 상장 실패는 그동안 불문 시 해왔던 유니콘 기업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엄격해졌음을 보여주었다. 위워크뿐만 아니라 우버, 리프트 등 앞서 상장한 유니콘 기업들도 수익성 문제로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은 향후 벤처투자를 얼어붙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낳는다.

유니콘 신화는 정말이지 거품이었을까. 거품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니콘 신화는 과연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위워크 사태는 유니콘 기업 배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 벤처투자 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1. 상장으로 드러난 위워크의 민낯

위워크는 2010년 뉴욕 맨해튼을 시작으로 전 세계 29개국 목 좋은 111개 도시에 위치한 건물들을 장기로 임대하고 고객들에게 단기로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강남 테헤란로를 비롯해 종로의 종로타워, 여의도의 오투타워 등 서울 시내의 상징적인 위치에 위워크 로고가 번쩍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금싸라기 땅에 임차인들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위워크는 단기 임대자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건물주에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계속 적자가 났다. 그동안은 개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수혈해왔지만 이미 클 대로 큰 기업이어서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 궁여지책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재무 정보를 담은 서류가 2019년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도달하면서 위워크는 ‘요란한 빈 수레’ 였음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2016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순손실액은 무려 48억3970만 달러. 현재의 현금 손실 속도(분기당 7억 달러)로 볼 때 2019년 6월 기준 위워크가 가진 현금(25억 달러)은 2020년 1분기에 동이 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장잠재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인지조차 불투명해진 것이다.

2. 무리한 확장으로 적자 폭 키워

노이만은 항상 공격적이고 까다로웠다. 위워크가 막 사업 여정을 시작했을 때 그는 ‘100개의 지점을 가질 것’이라는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했다. 그런 공격성은 2017년 8월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확정되자 가팔라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노이만에게 회사를 빨리 성장시키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손정의를 만나고 온 노이만은 팀원들에게 새로운 지점을 30곳 늘리기로 했던 계획을 60곳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업직 직원의 수도 1만 명까지 급격하게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직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만류도 아랑곳없었다. 오히려 노이만은 그들을 향해 ‘B급 선수’라 비난했다. 노이만과 논쟁하는 사람들은 회의를 금지당하거나 대놓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노이만과 맞서게 되면 벌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직원들은 얼어붙었다.

지점 늘리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임대차 협상, 설계, 허가, 취득, 건축, 세입자 발굴, 지역 마케팅 등 복잡하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장세에 이런 세부 상황들에서 발생하는, 특히 세입자 발굴 같은 문제는 잊혀지고 말았다.

게다가 소프트뱅크의 일본 휴대전화기 부문의 상장 실패로 원래 계획됐던 투자금(200억 달러)이 10분의 1로 축소되면서 위워크는 유동성에 치명타를 맞고 만다.

3. 더 큰 문제는 ‘CEO 리스크

노이만은 돈을 물처럼 썼다. 지상에서는 10만 달러가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를 끌고, 상공에서는 600만 달러가 넘는 걸프스트림 G650을 타고 세계 여행을 했다.

그의 아내 레베카 펠트로 노이만도 ‘물 쓰기’에 가세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그래머 시에 6000제곱피트(557㎡) 규모의 콘도, 웨스트체스터 주에 60에이커(24만2811㎡)짜리 사유지, 햄프턴 베이 지역의 2100만 달러짜리 저택 등 6채의 주택에 9000만 달러를 썼다. 나아가 5명의 자녀를 돌보려 수많은 보모들과 두 명의 개인 비서, 그리고 요리사까지 고용했다.

그들은 물론 돈 쓸 자격이 있었다. 다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노이만은 자신의 전용기에서 친구들과 대마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이만 무리가 이스라엘에 착륙하고 비행기를 떠난 뒤 승무원들은 귀환 비행 준비 작업 중 시리얼 박스에 상당량의 마약 덩어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다행히 비행기 소유주가 파문을 두려워해 비행기를 회수했다고 한다.

서핑에 과잉 몰입하기도 했다. 1년 내내 도미니카공화국과 몰디브에서 서핑을 즐겼다. 하와이에서는 전설적인 서퍼 레어드 해밀턴과 서핑을 즐겼다. 급기야 서핑 강사의 집을 구해주면서까지 그를 뉴욕으로 이사시켰다. 노이만은 주변 사람들에게 18피트(5.5m)나 되는 파도를 탔다고 자랑하곤 했다.

친구와 가족을 고용하는데도 개방적이었다. 아내인 레베카 노이만을 위워크 임원급으로 앉히고, 이사회 멤버들의 아들, 딸을 취업시키기도 했다.

4. 비전만 보고 묻지마 투자시대 저물어

위워크의 몰락에는 손정의의 ‘묻지마 투자’ 방식도 한몫했다. 투자가는 투자 기업의 가치를 논리적, 이성적,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손정의는 좀 더 감각적이고 즉흥적으로 행했다. 뉴욕에서 노이만과 불과 28분간 만난 그는 44억 달러의 투자 조건을 제시했다. 마치 알리바바의 마윈을 만나 10분 만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듯 말이다. 그리고 그런 투자가 성공적이라 과신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가 상장시킨 우버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대폭 하락했으며, 투자한 핀테크 업체 원커넥트금융기술의 공모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프트뱅크는 애견 산책 대행 스타트업 웨그랩스 지분도 헐값에 되팔았다. 일련의 사실들은 손정의의 즉흥적인 투자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위워크 이사진도, 벤처캐피털(VC)들도, 임원진, 그리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위워크 상장에 1억 달러 가까운 수수료를 얻고자 목맨 은행가들과 변호사들도 모두 위워크에 거품을 낸 데 대해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신화’로 만들려 애쓴 미디어도 마찬가지였다.

5. 조 단위 적자, 학력 위조검증의 벽 높여야

2019년 12월,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회사명 우아한형제들)이 40억 달러에 독일 딜러비리히어로에 매각되었고, 바이오 회사 에이프로젠이 국내 유니콘 기업 11호로 등장하는 등 국내 창업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전 세계 VC와 정부의 모태펀드까지 막대한 자금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금이 넘치니 투자받기는 ‘벤처 버블’ 때처럼 수월하다고 한다. 이른바 손정의식 묻지마 투자가 일어날 여지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판 위워크 사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조짐도 보인다. 3조 원 누적 적자, CEO의 학력 위조와 폭언, 갑질, 성희롱 등 유니콘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 CEO 자질 논란 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망하는 창업 기업은 있지만 대마가 된 유니콘은 불사하고 있다. 시장 논리로 보면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위워크 사례는 우리 유니콘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더 나아가서는 CEO의 됨됨이를 되돌아보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창업 기업의 CEO는 상장사와는 다르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경영권의 건강한 견제가 절실하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유니콘들이 한국 시장에서 건강하게 성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투자자와 창업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검증의 벽’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저자 : 신무경

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