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남긴 ICT 정책과 앞으로의 과제

  1. 들어가며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두고 좌초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ICT 정책들 역시 미완의 상태에 머물게 되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이었던 ‘창조경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 시기 ICT 정책의 핵심은 ‘창조경제’를 위한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지원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갈라파고스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던 우리나라의 ICT 제도와 글로벌 단일 시장으로 통합된 ICT 산업 환경과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놓고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란이 일었다. 전자상거래에서의 공인인증서 논란과 우버 등 교통 O2O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1. 규제 완화에 나서다

1) 전자상거래 간편결제를 추진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범정부 차원의 ‘인터넷 규제개선 추진단’을 구성, 인터넷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규제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개선 과제로 꼽힌 것이 전자상거래의 불편을 초래하는 공인인증서 관련 내용이었다.

30만원 이상 전자상거래를 할 때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한 규제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최대의 불만 사항으로 꼽혀왔다. 공인인증서는 대부분 인터넷 익스플로어 브라우저에서 액티브X 플러그인 형태로만 사용되면서 더욱 불편을 더하는 상황이었다.

2014년 3월 청와대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천송이 코트’를 온라인 구매할 수 없다고 한다”며 공인인증서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14년 7월 30만원 이상 전자상거래에 대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제가 폐지되었다.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보안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해 두고 ID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HTML5 기술을 사용, 인터넷 브라우저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작업을 처리하게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금융 거래에서 일상적으로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번거로운 소프트웨어 설치와 인증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필요한 보안기능 설치를 위해 액티브X 플러그인이 아닌 exe 실행 파일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기관과 전자상거래 기업에 깊이 뿌리박은 공인인증서의 유산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주목하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불편없이 온라인 금융 거래와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개발 및 사용자 경험 설계에는 소홀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제공하는 대동소이한 서비스 3·4종이 경합하고 있으며, 압도적 시장의 선택을 받은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편 금융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17년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지분 비중을 높이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앞에 놓인 장애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 게임 자율심의에 나서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게임 과몰입 예방을 명분으로 밤 10시 이후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셧다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고 자율 심의 체제로의 전환이 주로 논의되었다. 스마트폰의 본격 보급과 함께 게임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 게임으로 빠르게 이동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강제 셧다운제을 규정한 청소년보호법과 부모들의 시간 선택권을 제시한 게임산업진흥법의 조정 문제, 모바일게임의 셧다운 유예 연장 여부 등이 논의되고 있다.

게임 심의는 민간 자율 규제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화해 왔다. 초기에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가 국내 심의를 받지 않는 게임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이들 앱 장터의 게임 카테고리 자체가 국내에서 차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단위로 유통과 판매가 이뤄지는 모바일 시장의 성격에 맞지 않고 국내 사용자의 불편만 커지는 문제로 인해 결국 민간 자율심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되어 갔다.

모바일게임은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검수해 유통할 수 있게 하고, 청소년이용가 온라인게임과 PC 및 콘솔 게임 역시 민간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심의하게 했다. 2016년 5월에는 성인용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에 자율심의를 허용했다. 게임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자율심의 사업자로 지정되어 애플이나 구글처럼 자체적으로 심의해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 스타트업 지원이 창조경제의 핵심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인 ‘창조경제’에 맞춰 스타트업과 창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 정비되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손잡고 지역 특성 및 거점 산업과 매칭해 창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7개 지역에 18곳 설립했다. 이들 센터는 각 지역에 창업을 위한 공간과 각종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창업 확산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리란 기대를 받았다. 반면 자생적 기반 없이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인위적인 조직을 만들었을 뿐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또한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를 확대하고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사의 투자금액만큼 정부가 매칭 펀드를 제공하는 TIPS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1. O2O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사용자의 필요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온디맨드 서비스, 혹은 O2O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는 미국을 중심으로 택시 등 대중교통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며 O2O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이와 같은 O2O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시도되었으나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하거나 본래 계획과는 다른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우버는 2013년 한국 진출을 선언했으나 서울시의 강경 대응 방침과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 서비스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고, 국토교통부도 우버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다. 그러는 사이 카카오는 택시조합과 제휴, 인근 택시를 호출하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2015년 선보였다. 카카오택시는 택시를 보다 편리하게 부를 수 있게 했으나 기사들이 목적지를 보고 손님을 선택하는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등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노선을 조정하는 ‘버스의 우버‘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콜버스도 초기부터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정부 역시 불법 규정을 검토하는 등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스타트업의 신규 진출을 저해하는 정부 행태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콜버스와 택시 회사가 합작해 사업을 하게 하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1. 나가며…차기 정부 ICT 정책의 과제는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은 최근 수년 간 점점 더 강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한국적 갈라파고스 규제의 완화를 시도함과 아울러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폭발적 확산에 따른 모바일 혁명으로 세계 IT 및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하나의 글로벌 시장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창업 열풍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복제하려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나 규제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효율적 조율에 실패해 소비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편리함이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자체가 개념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가운데, 정부의 인위적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창조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 시도가 무리 아니었냐는 평가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시도한 것은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기술의 변화 등을 볼 때 적절한 방향이었다 할 수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역시 4차산업혁명, 창업 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 비슷한 키워드를 산업 및 경제 공약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바일에 이어 인공지능이 다시 한번 사회 전반을 뒤흔들 ICT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가운데, 인공지능 분야에서 스마트폰 도입 초기 모바일 혁명에 잠시 뒤쳐졌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이 직면할 수 밖에 없던 근본적 문제, 즉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공학, 지식 기반 콘텐츠의 역량이 아직 미비한 가운데 점점 글로벌 시장의 최종 승자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ICT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 혹은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벌 시장 수준의 편의와 가치를 누리기 원하는 국민들의 수요와 국내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외국의 경험을 복제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경쟁력을 살린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게 돕는 실질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저자 : 한세희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