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금융의 혁신』

21호_서평_홈페이지_이미지

1. 비트코인이란?

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돈을 쓰고 있지만 막상 물으면 대답하기가 간단치 않다.

물론 화폐의 정의를 내리면 되겠지만 그것은 학문적으로 유용하며 일반사람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뭐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가치 또는 돈을 내면 누구나 믿고 물건을 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 정도로 요약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중앙 정부가 그것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즉,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그 돈은 최소한 유용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중앙 정부가 보증하지도 않고 어느 조직 또는 그 누구도 보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하여금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믿을까? 신용카드와 달리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신용이 좋은지 나쁜지도 따지지 않고 말이다. 그것도 보이는 실체 없이 문자열로 되어 있는 가상의 돈을!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세상에 나왔다. 이를 비트코인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단일 통화처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또한 기존의 아날로그 머니와 달리 최초의 진정한 디지털 머니라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럼 이 비트코인은 도대체 무엇이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신뢰하여 쓰이게 되었을까?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 여기에 쓰이는 기술은 어떤 것이 있고 왜 이 기술이 미래 금융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고 말할까? 그야말로 금융 혁신! 정말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책의 제목은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금융의 혁신” 이며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Andreas M. antonopoulos)가 그 저자이다. 안드레아스는 저명한 과학기술학자이자 연쇄 창업가이며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소위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복잡한 비트코인의 메커니즘과, 그 기술적 바탕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을 가급적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애쓴 책이다. 여기서는 그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필명의 사람이 금융 위기의 한가운데였던 2009년 1월 3일부터 발행을 시작한 비트코인을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 및 기술” 이라고 정의 했으며, 비트코인은 “신속하고 안전하며 국경을 뛰어 넘는 통화 수단”이기 때문에 통화의 완벽한 형태라고 소개한다. 기존의 디지털 통화와 다르게 디지털 통화의 위변조 문제와 이중 지불 문제를 분산화 된 P2P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로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소개한다. 특히 블록체인은 이를 관리하는 중앙통제 시스템이 없기에, 합법적인 정부 세력이든 범죄 집단이든 블록체인을 무력화시키기 어렵다.

즉 한 곳만 공격하면 모든 시스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공격개시점 (single point of attack)에 매우 강한 것이 바로 P2P 기술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비트코인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발행이 가능하며 빛의 속도로 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통화임
(2) 40년간 개발하고 사용해 온 암호 기술을 이용한 암호 통화(Cryptocurrency)임
(3) 중앙통제 기관이 없는 P2P(Peer-to-peer) 기술을 이용한 분산화 된 디지털 가상화폐임
(4) 모든 책임은 개인 스스로에게 있고 거래의 익명성과 투명성이 보장됨. 여기서 익명성은 누가 지불 했는지 알 수 없음을 뜻하고 투명성은 모든 거래 장부를 모든 컴퓨터가 공유함으로써 거래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음을 뜻함
(5) 2140년까지 2100만개 비트코인만 발행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 통화(Depreciation currency)임. 즉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가치가 증대됨
(6) 비트코인 생성 프로그램인 채굴(Miner) 프로그램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프로그램 머니(Open-Source Money) 임
(7) 중앙에 중개자가 없으므로 거래 수수료가 매우 싸며,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통화임

그럼 이런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한 블록체인에 대해서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

2. 블록체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

블록체인은 일어나는 모든 거래들의 기록을 모아 약 10분마다 새로운 블록(공개 거래 장부의 한 단위)을 생성 및 검증한다. 이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전달, 이전의 블록과 연결하여 가장 최신(up-to-date)의 거래장부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거래장부들끼리의 연결 사슬(chain)이다. 이 연결 사슬을 따라가면 최초의 거래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럼, 블록체인기술은 어떻게 위변조를 방지할까? 참고로 중앙은행은 위조지폐를 막으려고 많은 돈과 기술을 사용해도 완벽하게 방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내역을 숨김으로써 위변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발상으로 거래를 모두 공개하고 모든 참여 컴퓨터가 이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어느 누구도 위변조가 어렵도록 만들었다. 즉, 위변조를 위해서는 모든 컴퓨터의 공개 거래장부를 모두 바꿔야 하는데 그 인증은 암호화 되어 있으며 계속 강화되기 때문에 이를 해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이중사용(double spending) 문제를 풀었을까? 우선 예를 통해 이중사용 문제를 설명해보자. A가 B에게 돈을 지불하고, 곧 이어 같은 돈을 C에게 사용했다고 치자. 이 두 개의 거래 내역이 네트워크를 통해 B와 C란 사람에게 전달될 때, 컴퓨터 네트워크의 특성상 어느 거래 내역이 먼저 도착할지 알 수 없다. 즉, C란 사람이 거래 내역을 먼저 받으면 B란 사람은 거래 내역이 무효화(invalid)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네트워크 상에서는 거래 순서를 어떻게 설정하여 이중사용을 방지해야하는가?

일단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기록(ledger)이 생성되며 이것은 타임스탬프(timestamp)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거래 풀(pool)에 있다. 이를 모아 블록을 만들고 이 블록은 이전 블록과 연결 시켜야 하는데, 이 때 연결을 위해 매우 복잡한 수학 문제를 계산해야 하며, 그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린다. 그러나 검증은 아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만약 이중사용의 두 개 트랜잭션이 각각 다른 블록에 포함되어 두 개의 블록이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비트코인의 전체 네트워크에 전파되어 두 개의 다른 블록체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 공식적으로 모든 P2P 내의 노드들이 인정하는 블록체인을 형성하기 위해 가장 계산 능력이 뛰어난 블록체인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매 10분마다 이 수학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한 계산 경주(computational racing)를 하고, 이를 먼저 푼 노드에게 비트코인을 새롭게 발행할 수 있는 권리(이를 채굴, miner라고 한다)를 주기 때문에, 이중사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계산 능력(computation power)이 다른 전 세계 컴퓨터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걸쳐 운영된다.

(1) 거래 장부 만들기
(2) 거래 장부를 모아 블록을 만들기
(3) 블록에 포함되어 있는 수학적 문제를 풀어 블록체인을 만들기
(4) 블록을 맨 처음 푼 노드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노드에게 전파하기
(5) 다른 노드는 블록을 받으면 검증하고, 맞으면 연결된 다른 노드에게 전파하기
(6) 가장 다수의 동의를 얻은 블록체인을 인정하고 (1)로 돌아가 반복함. 맨 처음 블록을 푼 노드에게는 인센티브로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줌. 이를 채굴이라고 함

3. 결론

블록체인은 분산화 된 환경에서 위변조나 이중사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러한 혁신성 때문에 비트코인의 디지털 화폐 통화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증 문서나 스마트 계약을 블록체인에 넣어 위변조를 방지하는 등 수많은 응용 분야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세계 굴지의 30여개 은행들은 그들만의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을 만들어 중앙시스템을 운영하는데 드는 경비를 절감하고 신속 안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 책은 위의 내용을 아주 자세히 기술하고 있어 완전히 이해하려면 약간의 전문 지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금융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궁금한 사람은 모두 읽어 보기 바란다.

저자 :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글로벌핀테크연구원 디지털 커런시 센터 센터장/(전)한국핀테크협회 자문위원/(전)고려대학교 컴퓨터 정보통신대학원 부원장/(전)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 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