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릴레이 인터뷰 ③
* 주요 인터넷 동향을 분석하고 자율규제 담론을 활성화 하고자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자율규제 릴레이 인터뷰, 세 번째> 류현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부장
류현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부장은 인터넷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기자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 처리가 불투명한 측면을 인터뷰 내내 지적하였다. 특히 무엇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고, 규제된 정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규제되었다는 것 만큼은 남길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기록물의 입장에서 역사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가 말하는 인터넷의 문제점과 인터넷 규제 전문은 다음과 같다.
Q. 인터넷 공간의 다양한 목소리 가운데, 정치인 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권력과 권력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글 이 종종 있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을 당하는 당사자들의 삭제 요청 또한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KISO에서 해당 게시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KISO는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거쳐, 당사자의 피해보다, 공익적 관점과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삭제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권력, 공익, 공적 관심사 등과 관계된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권력, 공익, 공적 관심사 등과 관계된 표현의 자유는 될 수 있는 한 지켜져야 된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인 등 공인의 잊힐 권리 또한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잊힐 권리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당장 해볼 수 있는 시도는 있습니다. 만약 공인의 요청으로 검색어,게시물 등이 지워지는 경우 변동 내역을 남겨놓는 것입니다. 이 변동 내역에는 1. 김 아무개 정치인이 2017년 9월 1일 3건의 내용 삭제를 요청했고 요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는 정량적인 내용과 함께 2.김 아무개 정치인이 2017년 9월 1일 A건, B건, C건에 대한 삭제 요청을 했고 요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라는 정성적인 내용을 함께 남겨놓는 것입니다.
1번 (정량적인 것)은 일반적인 검색으로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2번 (정성적인 것)은 특별한 법적 절차를 거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히스토리’ 보관은 국민의 알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일에 대해 훗날 누구라도 문제제기하고 재조사할 수 있는 길을 남기는 것입니다.
Q.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규제 기구에 의해, 이용자 표현물이 삭제되거나 제재당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있어 왔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은 어떠한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현행 제도의 정비, 폐지 또는 이외의 방법 등)
A.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지털 히스토리 보관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가 이용물을 삭제하더라도 누구나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하고 국가에 의한 부당한 삭제라면 언제나 복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놓는 것입니다.
Q. 알파고의 AI, 그리고 VR, AR, MR,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알고리즘, 개인방송 등 앞으로 인터넷 기반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 발전 방향의 예측이 어려워 국가가 일일이 규제할 수 없음 또한 자명합니다.
신기술의 발전방향에 따라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의 이슈는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차기 정부는 인터넷 규제에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A. 규제는 최선이 아닐 것입니다.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포털 사이트에서 ‘트롬 세탁기’라는 검색어를 넣었을 때 포털 검색 결과는 대부분 광고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실을 모릅니다. SNS 및 인터넷 사이트는 쿠키 기록을 수집, re-target 광고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또는 유아용품에 관심을 가져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그 기록이 남아 페이스북에서는 이와 관련된 광고를 저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광고가 되는 메커니즘, 본인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AI, VR 등의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생체 정보도 모두 수집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시민 스스로 이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빅 브라더’에 이용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읽을 줄 아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정부 예산을 많이 집행해야 합니다.
Q. 네이버 광고를 보면, 광고라고 표시가 안 된 광고가 있고, 블로그 등에 홍보대행사 광고가 있는데 전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지만 후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둘다 광고와 홍보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주로 중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일인데요. 이용자가 탈퇴하면서 본인이 쓴 모든 게시물, 댓글을 지워달라는 일명 ‘전부삭제권’ 요청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잊힐 권리를 보장하려면 지워줘야 된다는 의견과 이용자의 모든 게시물, 댓글을 지워주는 정책을 시행하면 커뮤니티 존립이 달려 지워주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혹시 이용자의 전부삭제권 요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어려운 문제입니다. 잊힐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원천적으로 삭제 요청하는 것을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내면 어떨까요? 전부 삭제권이 자칫 인류의 디지털 유산을 손쉽게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부삭제권’보다 더 중요한 이용자 권리가 있습니다. 중소 인터넷 커뮤니티의 폐쇄나 영업 정지로 사용자의 디지털 유산, 나아가 인류의 디지털 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용자가 언제나 자신이 남긴 기록물을 아주 쉽게 다운로드받고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KISO에서 사용자과 사업자 사이의 중재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AI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일자리가 축소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서는 향후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A. 일자리가 축소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의 ‘미스매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A라는 교육을 받았는데 시대는 C라는 타입의 일을 원합니다. 미스매치에 따른 일시적인 일자리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개인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실직했을 때 개인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교육 방식도 AI와 로봇이 상생하는 시대에 맞게 철저하게 개편해야 합니다.
Q. 국가가 반드시 규제해야될 영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음란물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와 같은 정책이 있는데요.
A. 탈세나 무기 거래 등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콘텐츠는 규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