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OTT 규제 톺아보기

주요국의 OTT 규제 톺아보기1

 1. 서론

OTT(over-the-top) 서비스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이전부터 전통적 미디어를 대체하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규율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 왔다. 각자가 이해하는 OTT의 개념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최소한 요즘의 정책 규제 논의 현장에서 OTT는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되는 영상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영상’이라는 형태적 특성 때문에 ‘방송과 OTT의 유사성’이 OTT 규제 논의의 중심이 되는 모양새이다. 서비스 형태, 콘텐츠 형식, 도달률, 사회적 영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OTT가 방송을 대체하고 있으므로 양자에 동일한 규제 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OTT 규제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해외 주요국의 OTT 관련 규제 동향 분석 결과가 준거 자료로써 활용되고 있다. 시장 환경 및 정책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해외 사례 적용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상당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글에서는 주요국의 국가별 OTT 관련 규제 동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의미를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OTT에 대한 법적 지위가 부여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 목적과 실질적 규제 수준에 초점을 두었다.

2. 본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4년 OVD(online video distributor)를 유료방송과 유사한 개념인 다채널방송사업자(multichannel video programming distributor, MVPD)로 지정하고자 입법예고한 사례는 OTT 규제 논의에 빈번히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사례는 미국의 동태적 효율성 추구 기조를 고려하여 해석될 필요가 있다.

미국 방송 관련 규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장 구조가 아니라 서비스 단위를 대상으로 한다. 연방통신법 및 이에 기초한 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제 결정은 경쟁 활성화 및 이용자 권익 보호에 초점이 있으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케이블TV가 신규 서비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미국 규제 당국은 시장의 경쟁 상황 변화를 주시하되 경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 개입 기조를 유지해 왔다(이찬구, 2008).

애초에 OVD의 MVPD 지정 논의는 OTT 사업자인 스카이엔젤(Sky Angel)이 FC에 자사를 MVPD로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데서 시작됐다(강명현, 2018). 스카이엔젤은 자사에 대한 콘텐츠 공급 중단을 선언한 디스커버리(Discovery)에 대응하여 ‘프로그램 동등 접근(Program Access Rule, 현재는 폐지됨)’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였다. MVPD로 분류될 경우 OTT 사업자에 지상파 네트워크와 재전송 동의(retransmission consent) 계약을 체결할 자격이 주어진다(정준희, 2016).

미국에서의 OTT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논의는 현재의 경쟁 구조를 보호하거나 내용을 규제한다는 차원의 규제 도입과 맥락이 다른 사례이다. 오히려, OTT가 기존의 MVPD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경쟁 환경을 마련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즉, OTT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기존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있으므로, OTT 사업자를 기존 규제의 틀로 포섭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크지 않다.

한편, OTT 규제 논의의 참고 사례로 자주 활용되는 유럽연합(EU)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AVMSD) 사례는 방송 규제 완화라는 다른 한 축의 규제 개혁 움직임을 고려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EU는 2010년 제정된 AVMSD를 통해 인터넷 기반 시청각미디어 서비스를 규정하고, 회원국들의 규제 수준 조율을 권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EU는 2016년 방송광고 일일총량제, 간접광고 규제 네거티브 방식 전환, 자율규제 및 공동규제체계 구축 등 방송에 대한 규제를 낮췄다(정은진, 2016). 시청각미디어 정의와 규율의 목적이 단지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방송과 비방송의 경쟁 활성화에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방송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는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

AVMSD에 따른 OTT 규제는 콘텐츠 쿼터를 제외하고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규제되는 수준의 내용 규제라는 점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다. AVMSD상 신유형 동영상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 보호나 혐오 표현 금지 등의 내용규제 외 많은 사항(진입, 소유, 광고 규제 등)에 관해 낮은 수준의 규제가 유지된다(황준호, 김태오, 2016). 즉, OTT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더라도 유해한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규율 대상이자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대상이므로 규제 공백 상태가 아닌 것이다(황성기, 2017).

또한 개정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 AVMSD의 콘텐츠 쿼터제의 배경에는 유럽 산업 보호 목적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면상 미디어 다양성 확보라는 목표 하에 쿼터제라는 강력한 규제가 정당화되고 있는 이면에는 미국발 글로벌 사업자들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EU 회원국들의 공감대가 있다.

영국에서 OTT는 TV와의 유사성(TV-likeness)을 토대로 주문형 프로그램 서비스(on-demand programme service, ODPS)로 규정된다. 그러나 ODPS는 여전히 법적 정의상 방송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며, 제한적인 규제 의무를 진다. 영국 커뮤니케이션법(Communication Act 2003)상 통신 및 주파수를 규정하는 파트2, TV/라디오 등 방송을 규정하는 파트3와는 별개로 ODPS는 파트4A에 규정되고 있다. 파트3에서 방송에 부여하는 경쟁 및 공익 보호 장치들은 파트4A로 확대적용되지 않는다. 파트4A에는 ODPS에 대한 등록, 유해 콘텐츠 및 광고 규제, 규제 수수료 및 2017년 추가된 접근성 향상 규제만 명시돼 있다.

즉, 영국에서 ODPS는 무규제 상태일 때보다 무거운 규제를 적용 받고 있긴 하나, 방송법이라는 틀에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유해 콘텐츠 및 유해 광고에 대해서도 앞서 EU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이용자 보호 규제보다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다른 주요국들과 달리 방송에 대한 급진적 규제 완화가 논란이 된 바 있다(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2018.4.). 일본 정부는 2018년 초 ‘방송제도개혁방침안’을 통해 방송과 통신의 규제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방송 부흥의 대안으로 통신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기존 방송 규제의 완화를 선택한 것인데, 이는 방송에 대한 강한 규제가 현재의 경쟁 환경에서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급진적 규제 철폐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따라 해당 개혁안이 일본 시민사회와 기존 방송사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으므로 개혁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 특히 ‘공평성 의무’ 삭제안은 언론의 자유 역행으로 읽힌다.

3. 논의 및 맺음말

해외 사례들은 최근 OTT 규제 논의의 주요 참고 사례로 활용되고 있으나, 검토 결과 OTT에 방송으로서의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사례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OTT를 MVPD로 지정하고자 한 시도는 OTT가 기존의 MVPD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OTT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자 한 것으로, 규제 강화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EU에서 권장하는 OTT 규제는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상 규제되는 수준의 내용 규제에 불과하며, 로컬 콘텐츠 제작 시장의 보호를 위해 콘텐츠 쿼터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EU는 수평 규제 원칙의 실현을 위해 기존 방송의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영국에서 OTT에 부여한 ODPS 지위는 방송과 온전히 분리된 체계하에 정의되는 것으로서, 그 규제 수준 또한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상 유해 콘텐츠 등에 대한 규제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규제 격차를 줄이고 방송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개혁안이 제안됐다.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통해 재조명하건대, 최근의 국내 OTT 규제 논의는 수평 규제 원칙의 기계적 적용보다는 방송 및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규제가 미칠 실질적 영향을 비교형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OTT가 얼마나 유사한가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OTT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와 산업에 어떤 이익이 있느냐를 보다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OTT를 하나의 덩어리진 개념으로 볼 때 OTT는 단지 방송 생태계를 대체하고 위협하는 새로운 ‘매체’ 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OTT 시장은 각양각색의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서 사업자들은 경쟁적으로 혁신해 나갈 수밖에 없으며, 그 방향은 콘텐츠 차별화 경쟁으로 수렴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경쟁에 의해 시장의 혁신이 지속될 때 산업적 규제는 존치할 필요성이 약해진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인해 OTT 혁신이 저해된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OTT 사업자들 뿐 아니라, 방송사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자, 유료방송사업자 및 이용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기존 방송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의 동등한 경쟁의 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OTT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OTT를 비롯한 혁신적 미디어의 보편화로 인해 과거 방송의 자연독점성, 희소성, 침투성, 수동적 수용자 등은 방송에 대한 강한 규제의 근거로서 인정되기 어렵게 되었다.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했듯 OTT에 대한 내용 규제는 통상의 인터넷상 콘텐츠에 적용되는 수준을 유지하되, 방송에 대한 점진적 규제 완화를 통해 양자가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강명현 (2018). OTT 방송환경에서 지역성 구현을 위한 규제정책에 관한 연구: 해외 OTT 규제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18(4), 5-35.

• 이찬구 (2008). 미국 유료 방송 시장 규제 변화 동향과 시사점. Digital Media Trend, 08-03.

• 정은진 (2016). 유럽의 시청각 사업적 커뮤니케이션 규제 쟁점: 2016년 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 개정안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방송정책>, 28(10), 36-53.

• 정준희 (2016). 해외 OTT 서비스 규제 현황 검토: 유럽연합과 영미사례를 중심으로. <방송문화> 2016년 가을호, 174-193.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2018.4.). 미국, 일본, EU의 미디어 규제정책 동향. KCA 미디어 이슈 & 트렌드.

• 황준호, 김태오 (2016). 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 개정안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KISDI Premium Report 16-8.

  1. 이 글은 20194월의 한국방송학회에서 발표된 글의 일부를 발췌, 수정한 것이다. [본문으로]
저자 : 김대원

카카오 대외정책팀 이사

저자 : 김수원

카카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