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규정 제5조와 제13조에 대한 리뷰 : 그 의의와 나아갈 길

인터넷 표현공간에 대한 정부의 제도 및 행정적 내용규제가 강한 한국에서 자율규제의 공간은 많지 않았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의 출범은 표현공간에 대한 자치주의적 규범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용자 표현물을 매개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의 자율규제활동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게시물 등을 통해 타자의 권리침해를 보호하기 위한 기업책무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자율규제기구는 정책규약을 통해 그 목적과 역할, 그리고 내외적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KISO의 정책규정은 설립 초기에는 회원사들이 상정한 심의안건별로 처리기준을 만들어 나가다가, 그 기준이 누적되자 지금과 같은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규약체계로 정비가 되었다. KISO 정책규정은 국가법령체계와 KISO의 강령에 기반해 있어서, 그 내용적 속성을 살펴보는 작업은 KISO가 지향하는 바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자율규제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과 제13조(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조치)의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5조(처리의 제한), 임시조치 남용을 막는 중요한 전환점 제공

KISO의 출범 직전인 2007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의무조치를 담고 있는 임시조치(제44조)가 마련되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임시조치의 핵심적 내용은 인터넷서비스상의 게시물 등의 정보를 통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신청인이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하면, 해당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기계적이고 강제적인 피해구제 조치를 담고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이 제도는 미국에서 온라인상의 디지털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인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상의 ‘노티스 앤 테이크다운(notice and takedown : 요청 뒤 삭제)’ 제도를 인격권 침해 등에 적용한 것이다.

임시조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적 권리침해 영역에서 이용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사업자의 귀책기준을 절차적으로만 명시하여 처리기준의 모호함을 줄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행정기관이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그러한 정보의 확산을 신속하게 막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 입법당시의 취지였다. 그러나 피해신고만으로 사실상 삭제에 준하는 임시조치가 가능하게 되면서, 정보게시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남용사례들이 나타나자 표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는 처리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형식절차에 의존해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KISO 정책규정 제5조는 이 같은 임시조치가 남용되거나 과도하게 표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그 처리를 제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한국에서 규제 수범자인 인터넷기업이 임시조치 처리제한 조건을 규약으로 만드는 작업은 법적 리스크가 있는 사안이었다. 더군다나, 2009년 대법원이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불법성이 현저한 명예훼손적인 정보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피해자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이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제공자는 피해자의 요구 없이도 정보의 권리침해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하여 임시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하는 등 높은 귀책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규정 제5조는 기존에 잘 성립된 판례와 법 이론에 기반해서 마련되어야만 했다.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신청인의 지위가 얼마나 공공적인가를 따져 제한기준을 각각 달리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제1항)’, ‘정무직 등 공인(제2항)’, 그리고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공직자, 언론사 등’(제3항)이 임시조치 등을 요청한 경우로 나누어서 각각 처리제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제1항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본권의 수범자로 본 헌법재판소의 판례(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헌재 1995. 2. 23. 90헌마125 등)와 이들 기관이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1.9.2. 선고 2010도17237 판결 )을 참조하였다. 제2항에서는 정무직 등 공인의 경우 그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의 처리제한을 두고 있다. 한편, 정무직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공직자, 언론사 등은 표현의 명백한 허위성과 악의성 여부를 기준으로 처리제한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임시조치 대상 표현물의 공공적 성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공인의 범주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게시물의 공적 관심 정도에 따른  표현의 보호범위를 설정했다는 점은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무엇보다 KISO의 이 조항을 통해 임시조치 남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물론, 다수의 공적 관심사가 기계적이고 절차적인 요건만으로 차단되는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제13조(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조치), 자동화 서비스에 의한 피해구제 절차 제시 

KISO의 정책규정은 초기에 게시물 처리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이후 검색어와 같은 자동화 서비스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제13조는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에 의한 권리침해를 피해구제하기 위한 정책규정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서비스인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검색어는 일종의 추천서비스이다.

이들 추천 검색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입력한 다수 질의어를 통계적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연관성이 높은 검색어를 추출하고 제시한다. 서비스 관점에서 연관검색어는 개인화검색 서비스에 해당되며, 이것을 구현시키는 알고리즘은 개별 검색사업자의 상품경쟁요소이자 영업비밀의 하나이다. 그렇기에 추천형 검색어와 관련한 권리침해 논쟁이 있을 때마다, 검색 사업자들에 의해 이를 일반 표현물로 보지 않고 1) 데이터에 의한 객관화된 정보, 2) 이용자의 관심이 자동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표현주체가 불명확, 3) 단순한 키워드의 나열로 권리침해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논거가 펼쳐져 왔었다.

그러나 연관검색어 등은 일반 게시물과는 확연히 다른 표현적 특성을 갖지만, 단어의 조합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이나 연관 정보와 결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낙인효과’ 및 ‘프레이밍 효과’를 발생시켜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태도를 형성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단 연관검색어가 형성되면, ‘초두효과’가 작동되어 해당 연관검색어로 클릭이 유도되어 형성된 검색어 조합의 연결강도를 지속시키고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반면, 특정 권리주체에 대한 침해가 우려되는 검색어를 삭제하거나 통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중의 알권리 침해 정도는 명시적으로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보경로가 다양한 경우, 단순한 연관검색어의 제한 만으로 공중의 알권리가 통제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자동으로 형성된 연관검색어를 통제한다면 이는 명백한 여론조작이자 알권리의 침해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권익침해 수준에서 보자면, 게시물이나 정보 그 자체에 대한 차단과 통제가 아니므로 표현의 자유침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자동화된 개인화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추천형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제13조가 마련된 것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의 선제적인 답책활동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제13조는 원칙적으로 검색어에 대한 무분별한 삭제를 제한하면서, 비교형량 관점에서 보다 유연하게 피해구제를 할 수 있도록 처리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제1항에서는 개인정보 노출 정도(제1호.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음란, 도박 등 불법정보의 노출(제2호.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음란한 정보 또는 그 밖의 관련 법령에 따른 도박 등의 불법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청소년 유해정보의 노출(제3조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청소년에게 유해하거나 지나 치게 선정적인 정보 또는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혐오스러운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어뷰징 등 비정상적인 기술적 시도(제4호. 연관검색어 등의 생성이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 비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남용된 경우), 그리고 욕설 등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제5호. 연관검색어 등이 오타, 욕설, 비속어 등을 포함하여 현저하게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경우)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제2항에서는 법원 등에 의한 처분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제1항. 법원이 판결 등에 의하여 또는 행정기관이 법령 및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처분, 결정 등에 의하여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 한 경우 이를 삭제 또는 제외할 수 있다.)

KISO의 정책규정 제13조는 자율규제로 실제 활용되는 법령기반의 세분화된 기준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블랙박스와 같은 알고리즘의 특성과 이것의 범용적 적용을 고려할 때 그 시의성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하겠다.

 

마무리하면서,

KISO의 정책규정은 다양한 심의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규칙을 제정하고 보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KISO 강령이 내포하고 있는 기본 정신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반영되어 왔다. 특히, 이 글에서 언급한 임시조치 처리제한이나 자동화된 검색어에 의한 피해구제 조항들은 법률이 담지 못하는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인터넷자율규제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KISO 10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일부에서 기구의 개방성 등에 대한 외부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KISO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다양한 충고와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율규약을 발전시켜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척박한 한국의 자율규제 환경에서 법률적 리스크를 안고 이용자의 표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KISO의 노력 또한 그 성과 만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저자 :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KISO 정책위원/KISO저널 편집위원장/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건국대학교 KU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