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관련 국내외 정책 및 입법 동향

  1. 들어가며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과거에는 효율성・전문성 제고와 같은 일하는 방식의 개선으로 대응했지만 최근에는 사물인터넷・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인공지능과 같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핵심으로 하는 지능정보화 혹은 디지털기반 산업화로 대응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비서, 스마트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변화들은 2016년 1월에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를 주제로 개최된 제46회 세계경제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 자체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예견하는 변화가 머지않아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우리의 삶을 유의미하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 선도적인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정책적・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UBS(2016)의 4차 산업혁명 준비수준 평가에서 세계 25위라는 기대 이하의 결과를 차지한 한국은 더욱 정확한 방향과 전략적인 수단으로 미래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1. 주요 국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미국은 민간 중심의 협력을 강조한다. 지난 오바마 정부는 선진 제조기술을 이용한 제조업의 활성화와 혁신을 목표로 하는 ‘첨단제조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정부와 민간이 연계한 ‘제조혁신국가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인터넷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결합을 추진했다. 기존의 인터넷은 정보・교육・엔터테인먼트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컴퓨팅 등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이 제조업과 결합하는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사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 5개 민간기업(GE, AT&T, Cisco, IBM, Intel)이 중심이 되어 2014년에 산업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을 설립했으며,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30개 국가 250개 기관이 참여중이다.

독일은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 강국이지만 저비용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인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첨단기술전략(High Tec Strategy 2020)’의 액션플랜 중 하나로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킨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 즉 스마트공장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전략을 추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준화 지연, 중소기업 참여 부재, 인력 부족 등의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인・전문가・노동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적 워킹그룹을 형성하여 정책을 수립・결정・추진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Platform Industry 4.0)‘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국가전략인 ‘중국제조2025’를 추진중이다. 이 전략은 중국의 향후 30년간(2015-2045)의 발전방향을 10년씩 3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마다 제조강국이 되기 위한 혁신역량, 품질제고,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 융합, 녹색성장의 4개 공통과제 제시한다. 그리고 공통과제 추진을 위해 정부간섭 축소, 시장역할 확대, 균형적 대외개방 등의 방침을 제시했다. 이 중 1단계(2015-2025) 목표는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10대 중점 육성산업(신세대 정보기술, 최첨단 디지털 제어장치와 로봇, 해양 엔지니어링 설비, 신소재, 항공 등)을 설정하고, 5대 중점 프로젝트(제조업 혁신센터 설립, 스마트 제조공정, 공업기반 강화 공정, 녹색제조 공정, 고급장비 혁신 공정)를 제시했다.

 

  1. 한국의 정책 및 입법 동향

1) 주요 정책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으로 2015년 3월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능형로봇, 착용형 스마트기기, 실감콘텐츠, 가상훈련시스템, 스마트자동차, 5G 이동통신, 수직이착륙무인기 등 ‘19대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2020년까지 약 5.6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6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IT・SW 융합신산업을 창출하고 선도형 산업 전략을 추진하여 한국 제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8대 스마트 제조기술(빅데이터・클라우드・홀로그램・CPS・에너지절감・스마트센서・IoT・3D프린팅) 육성,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민관 합동의 (가칭)제조혁신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데이터 자원의 가치 창출, 지능정보기술 기반 확보, 국가 근간서비스에 지능정보기술 선제적 활용, 지능형 의료서비스 확산,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 지능정보 윤리 정립 등 지능정보사회 기반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가칭)지능정보화기본법을 마련하고 범국가적 추진체계인 (가칭)지능정보사회전략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범정부 정책 조정체계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부처간 정책조정을 추진중이다. 청와대는 2016년 8월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성장동력 분야의 5대 과제로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를 선정하고, 국민의 삶의 질 제고 분야의 4대 과제로 정밀의료, 바이오 신약, 탄소자원화, (초)미세먼지를 선정했다. 국무총리실(대통령 권한대행)은 2017년 2월 ‘신산업 규제혁신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를 통해 인공지능・가상현실・핀테크 등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규제혁신 대책을 논의했다.

 

2) 입법 동향

4차 산업혁명 관련 입법의 상당부분은 기본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원유철의원 대표발의, 2016. 12. 16)은 기존의 ‘지식정보사회’를 ‘지능정보사회’로 재정의하고, 지능정보사회 관련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안」(강효상의원 대표발의, 2017. 2. 22)은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의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지능정보사회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능정보사회 진흥 및 윤리적 이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인간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 측면을 강조한 법안으로는 「디지털기반 산업 기본법안」(정세균의원 대표발의, 2017. 3. 7)이 있다. 이 법안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디지털기반 산업 추진위원회’ 설치하고, 국내 산업의 디지털기반 산업화를 촉진함과 동시에 기존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강조한다. 「제4차 산업혁명 촉진 기본법안」(최연혜의원 대표발의, 2017. 3. 30)도 국무총리 소속으로 ‘제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제4차 산업혁명 지원센터’와 같은 진흥 기반 마련을 강조한다.

이 외에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개별 법률 조항을 네거티브 규제(negative regulation) 방식으로 개정하는 경우도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 구간에 관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6조의2 제1항 제3호가 기존의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한 운행구역에서만 운행할 것”에서 최근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여 고시한 구역에서는 자율주행기능을 사용하여 운행하지 아니할 것”으로 개정되어 실제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임시운행이 가능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드론을 이용한 사업의 경우에도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일으키거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업무를 제외하면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3) 향후 정책 및 입법 과제

한국이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 자체를 보다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많은 기관들은 4차 산업혁명을 기술의 개선이나 융합 정도의 수준으로 파악하여 통상적인 조치들로 대응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표현을 ‘인더스트리4.0’이나 ‘4차 산업’ 등과도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지극히 사소하고 일시적인 유행으로 전락시킬 우려도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고도의 전문성과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그 표현의 사용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경제포럼이 제안한 ‘4차 산업혁명’ 표현을 원형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한국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대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적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료들의 기술적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정부 관료는 적법성・효율성・투명성 등을 갖춘 일반행정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전문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와해성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유도 및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 내부에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이것을 제도화하고 집행하는 전문성까지 동시에 갖춘 인재, 즉 기술관료(technocrat) 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다수의 정책이 추진되었고, 이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 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이른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방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경험적으로 컨트롤타워는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의도된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보장도 어렵다. 대신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의 사업을 추진하되 동시에 외부의 구성원들도 모두 상대방의 사업 내용을 알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에 참여하거나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는 범국가적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이 타당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실질적인 합의 도출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이해관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파레토 효율적(Pareto efficient) 개선을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인과 환자간의 원력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인터넷전문은행의 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한도를 4%로 규제하고 있는 「은행법」 등과 같은 오래된 문제들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많은 기술들이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진흥이 우선시되어 있고 일자리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보류되어 있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는 제조혁신 및 생산 활성화보다 먼저 직면하게 될 실질적인 문제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년 1월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중 12.5%는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며, 이 비율이 2025년에 70.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예측・평가하여 대응 정책을 마련하고,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민관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교육제도 개선, 인공지능 윤리, 로봇과세, 기본소득 등 수많은 이슈들이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각각 고유한 제도와 연결되어 있는데, 해당 제도는 대부분 효율성・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2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권위, 경험, 지식, 전문성, 직관 등을 강조할 경우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대신 특정 세력이 논의를 독점하지 않는 조화와 균형,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이 중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2016), 󰡔지능정보화 중장기 종합대책󰡕.

중소기업중앙회(2017), 󰡔보도자료 : 중소기업중항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인식 및 대응조사」 결과󰡕, 2016. 12. 5.

한국고용정보원(2017), 󰡔보도자료 : 2025년 직업종사자 61.3%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 위험 높아󰡕, 2017. 1. 3.

Schwab Klaus(2016),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orld Economic Forum.

UBS(2016), 󰡔Extreme automation and connectivity: The global, regional, and investment implications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UBS White Paper for the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6.

저자 : 정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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