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에 관한 일고찰


1.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의 제정

2014년 5월 유럽연합(EU) 사법재판소가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에 관한 판결을 한 후,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위 판결은 언론의 자유에 따라 정보주체가 언론사에게 기사 원본의 삭제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부정확하고(inadequate) 무관하고(irrelevant) 더 이상 관련이 없거나 과도한(no longer relevant or excessive)한 게시물(기사)에 대하여는 검색엔진에게 해당 게시물의 검색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위 ‘잊혀질 권리’ 판결의 사안은 언론사, 검색엔진 등의 제3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기록, 공개하는 경우였고, 정보주체 스스로 작성한 개인정보 성격의 게시물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법률체계를 보면, 제3자가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언론중재법의 정정・반론・추후 보도청구 등의 법적인 구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정보주체 스스로 공개한 게시물에 대하여는 회원 탈퇴 등으로 게시물의 관리권을 상실한 경우 해당 게시물의 삭제 등의 구제가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러 논의 끝에 금년 4월 자기게시물의 접근배제요청절차를 구체화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를 제정하고 6월 중부터 준비된 사업자에게 위 가이드라인의 자발적인 준수를 권고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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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이드라인의 법률적 근거

자기게시물에 대하여 작성자 본인이 삭제 등의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법적 근거를 논할 특별한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게시물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민법상의 절대적인 소유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게시물을 인터넷에 공개한 이상 이에 대하여 타인이나 공익적인 여러 이해관계가 형성된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제한과 같이 실정법에 의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다.

위 가이드라인은 “헌법상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무 등에 근거하여 이용자 본인이 인터넷상 게시한 게시물에 대하여 타인의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위 가이드라인은 ‘자기게시물’이 개인정보의 성격을 띤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명확하게 법률적 근거를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 가이드라인의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이라고 생각된다.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프레임에 따르면, 게시판 관리자에 대한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은 정보통신망법의 ‘이용자의 동의철회권’(제30조)에 해당하고, 검색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자기게시물 검색목록배제요청권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 처리정지요구권’(법 제37조)에 해당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이용관계에 있는 게시판 관리자에 대하여는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지만, 정보주체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검색서비스 사업자에 대하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검색목록배제요청에 관하여는 정보통신망법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고 해석된다.1 그러므로 위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정보통신망법의 동의철회권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리정지요구권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들 법률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가이드라인의 법률적합성이 논해져야 한다.

한편, 자기게시물이 의견이나 논평 등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저작권자는 저작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저작물을 복제‧전송한 경우 이를 금지하고 폐기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최초에는 자기게시물의 복제‧전송에 대한 이용허락을 하였더라도 추후 이를 철회하고 게시판 관리자나 검색서비스 사업자에 대하여 자기게시물의 복제‧전송의 금지, 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계약에 이용허락의 임의적인 철회 내지 해지가 가능한 경우에 한함).

다만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이 유체물인 경우 그것이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저작권자가 이를 회수하거나 폐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법 제21조).2 이를 권리소진의 원칙 내지 최초 판매의 원칙이라고 한다. 예컨대 특정 의견을 제시한 책을 출간한 저작권자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출간사실 자체를 감추기 위하여 이미 판매된 책을 저작권에 기하여 구매자로부터 회수하려고 할 때 위 원칙은 저작권의 행사를 부인한다. 위 원칙의 구체적 결과는 권리자로부터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적창작물은 창작자만의 독창성의 결과라기보다는 과거로부터의 문화적‧기술적 창작의 집합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권리소진론에 의하여 저작물이 계속하여 전승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3 여기서 논하는 ‘인터넷 자기게시물’에 위 권리소진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4 그러나 역사‧문화의 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으므로 저작권에 기하여 자기게시물의 접근배제를 논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자기게시물은 개인정보의 성격과 저작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작동하면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다양한 공정이용(fair use)의 사유를 발전시킨 저작권법의 경험과 취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3. 가이드라인의 내용 및 검토

위 가이드라인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기게시물 접근배제를 원하는 이용자는 일단 본인이 직접 자기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을 시도하여야 하고, 회원 탈퇴 등으로 직접 삭제가 어려운 경우 게시판 관리자에게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접근배제의 방식은 게시물에 대해 블라인드 처리를 함으로써 제3자가 접근배제조치가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게시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망인의 유족이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검색에서도 배제되기를 원한다면 이용자는 게시판 관리자로부터 접근배제조치를 얻은 후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검색목록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게시판 관리자의 사이트 관리 중단 등 특별한 사유로 인해 게시판 관리자가 접근배제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이용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바로 검색목록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접근배제요청의 거부사유로는 사업자가 법령상의 의무에 의하여 해당 게시물의 보존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해당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5 접근배제조치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가능한데, 접근배제당한 게시물이 접근배제 요청인이 게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게시한 것임을 주장하는 제3자는 사업자에 대하여 접근재개를 요청할 수 있다.

위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정보통신망법의 동의철회권,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리정지요구권에 비추어 보면 대체로 위 법률 규정의 범위 안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기게시물이 반드시 법률상 개인정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나 개인정보의 범위는 사실상 제한되지 않고 개인에 관한 일체의 정보로 해석되므로 게시자 본인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기재하는 순간 이는 법률상 개인정보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자기게시물 일반을 개인정보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의 동의철회권,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리정지요구권은 최대 개인정보의 파기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배제, 검색배제 모두 위 권리의 행사범위에 포함된다.6 제3자의 이의신청 절차 역시 법률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사업자의 자율적 절차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위 가이드라인의 실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이는 접근배제요청의 거부사유(공익 관련성)는 보다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 접근배제조치를 정보통신망법의 동의철회권,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리정지요구권의 행사로 본다면, 위 가이드라인이 예시한 접근배제요청 예외사유는 이들 법률의 규정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아니한다. 먼저 정보통신망법의 동의철회권은 그 권리행사의 제한이 없다. 이는 정보통신망법이 원칙적으로 이용자와 사업자간의 계약(즉 정보주체의 동의)에 의하여 개인정보가 처리되는 것을 예정하면서 정보주체인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계약해지권 즉 동의철회권의 행사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리정지요구권의 경우에도 공익 관련성에 기하여 처리정지요구를 거절할 만한 사유가 마땅치 않다. 제2호 사유인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할 우려가 있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가이드라인이 예시한 사례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의 개인정보보호법제는 저작권법과 같은 다양한 공정이용 사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가이드라인이 예시한 예외 경우들은 주로 표현의 자유, 알권리에 관한 것들이므로, 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같이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표현의 자유 등의 공익적 사유를 정보삭제권(right to erasure)의 제한 사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공익 관련성 기준에 따라 접근배제요청의 거부를 인정한다면, 접근배제조치의 이의신청자를 게시자임을 주장하는 제3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배제에 대해 이해관계를 갖는 자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정치인이 공적 업무와 관련하여 게시한 게시물이 공익 관련성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접근배제된 경우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해당 정치인 외에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해당 게시물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공익적인 사안임을 주장하여 접근재개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이의신청인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라인은 망인의 유족에게도 접근배제요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디지털 유산의 문제이기도 한데, 개인정보는 우리 법상 재산권이 아닌 인격권의 일종으로 해석되고 있어서 유족에게 상속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외국 사업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업자의 정책에 따라 사업자마다 상이한 내용의 상속관련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가이드라인에 있는 유족의 권리가 이들 외국 사업자에게도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유산의 문제는 아직 확립된 이론이나 실무가 부족하므로 일단 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서 사례의 축적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 결론

인터넷 자기게시물이 순수한 프라이버시 사항이라면 접근배제에 따른 큰 문제는 없을 것이나 실제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고 하기 보다는 역사‧문화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접근배제요청이 있을 우려가 있다. 이 경우 현재 가이드라인상의 예외 사유인 공익 관련성만으로는 적절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가이드라인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EU 사법재판소 판결도 일반 인터넷 이용자가 정보접근권에 관한 정당한 이익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와 이익형량을 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위 가이드라인의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자체에 다양한 법익에 대한 이익형량의 요건이 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접근배제권, 정보삭제권, 처리정지권의 행사에서만 고려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등의 처리 전반에 대하여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가이드라인에 대하여, 사업자에게 가입자정보가 없는 경우 본인확인에 관한 기술적 문제, 외국 사업자들과 역차별, 접근배제요청과 이의신청이 충돌할 경우 이를 판단하는 최종적인 절차의 부재 등의 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여야 정부가 제정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개인정보 처리정지, 삭제에 대한 실무와 이론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구체적인 사례의 축적을 통하여 접근배제절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계속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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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2도4387판결. 정보통신망법은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아 이를 이용하는 관계를 전제로 한다. [본문으로]
  2. 저작권법 제20조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문으로]
  3. 육소영, 디지털 소진론,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2, 9면 [본문으로]
  4. 인터넷 자기게시물은 유체물이 아니고 자기게시물의 게시판 업로드가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로 보는 것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어서 권리소진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학설은 판매 뿐만 아니라 증여, 소유권의 포기의 경우에도 권리소진을 인정한다. [본문으로]
  5.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하여 게시한 게시물인 경우 혹은 공직자 및 언론기관 관계인 등이 게시한 게시물이 그 업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경우 [본문으로]
  6.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3항,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4항은 동의철회권, 처리정지요구권이 행사되면 해당 개인정보의 파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저자 :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