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OPA(온라인불법복제방지법) 논의와 시사점

1. 들어가는 말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보유통과 표현의 자유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지난해 5월과 10월 미국 의회에 제안된 지적재산보호법안(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t : PIPA, S.968)과 온라인불법복제방지법안(Stop Online Piracy Act : SOPA, H.R.3261)을 둘러싸고 야기된 논란은 인터넷 공간의 기본원칙과 표현의 자유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었던 SOPA는 텍사스주 공화당 하원의원인 Lamar S. Smith의원이 중심이 되어 발의한 법안으로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 민주당 상원의원인 Patrick Leahy가 발의한 PIPA는 지적재산권(IP)의 보호를 기본 취지로 하는 법안이다.

이 두 법안이 주목받았던 것은 인터넷 상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획기적으로 확대·강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법안이 제출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인터넷업계를 필두로 찬성과 반대 입장간의 격렬한 논쟁이 야기되었다. 법안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확대되고 오바마 대통령도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법안의 심의는 연기 되었지만 법안발의의 근본적 문제의식이 해소된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 다시 재연될 소지가 있다.

이 글에서는 SOPA 법안의 주요 내용과 관련된 이해관계의 분석에 기반하여 그 의미와 한국에의 시사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2. 법안 제안과 진행과정

SOPA는 2011년 10월 26일 하원에 제출된 법안으로서 그 핵심은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차단에 있다. 즉 특정 사이트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미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임의로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1년 5월 12일 상원에 제출된 PIPA의 정식명칭은 ‘Preventing Real Online Threats to Economic Creativity and Theft of Intellectual Property Act of 2011’이며 주로 미국 밖에서 운영되는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 웹사이트나 모조품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PIPA가 미국 외부의 불법 웹사이트 접속의 차단을 목표로 한다면 SOPA는 접속차단뿐만 아니라 검색엔진에서의 배제, 해당 사이트에 대한 금융결제 마저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법안이 제출되면서 찬성과 반대파 간의 치열한 논쟁이 야기되었다. 그러나 SOPA와 PIPA는 저작권과 미국의 지적재산권의 보호라는 원론적 차원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기업들의 반대와 이에 호응하는 인터넷이용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다. 텀블러(Tumblr)는 11월 16일을 ‘미국 검열의 날’로 명명하였으며, 구글은 자사의 로고인 두들(Doodle)을 검열된 디자인으로 바꾸었으며, 위키피디아(Wikipedia), 크레이그 리스트(Craigslist), 레드딧트(reddit) 등의 사이트는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또한 최대의 SNS서비스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인터넷은 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세상을 만들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는 이 같은 나쁜 법안이 인터넷의 발전을 가로막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면서, “페이스북은 SOPA와 PIPA에 반대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인터넷에 해를 주는 모든 법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OPA반대닷컴(sopastrike.com)에는 반대 의사를 밝히는 웹 사이트들이 속속 모여들었으며, 세계적으로 약 7만 5000여개 사이트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대통령 또한 블로그에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며, 사이버보안의 위험성을 높이고,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글로벌인터넷의 기반을 해친다”며 반대의견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 내외의 주목을 모은 것은 1월 18일 위키피디아의 서비스 일시 정지였다. 이를 계기로 일거에 일반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게되고, 관련 업계만의 논쟁이 일반시민에게까지 확대되게 되었다. 이러한 반대파들의 움직임에 대해 호주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은 그의 트위터를 통해 SOPA를 반대하는 구글과 반대의사를 밝힌 백악관을 강력 비난하였으며, Lamar 의원을 비롯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인터넷기업들의 반대시위를 ‘요란한 홍보전’이라 비판하였지만,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반대측의 성공적 활동의 결과 다수의 의원이 SOPA 및 PIPA 지지를 철회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공화당에까지 동요가 확대되면서 Orrin Hatch의원(유타주), John Cornyn의원(텍사스주) 그리고 Marco Rubio의원(플로리다) 등의 지지철회가 이어지면서 법안심의는 연기되었다.

3. 법안을 둘러싼 대립구조

SOPA와 PIPA 법안을 둘러싼 논쟁에는 인터넷의 발전과 디지털화의 진전이라는 큰 변화의 과정에서 야기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업계와 인터넷업계의 대립이 전제되어 있다. 법안을 준비하고 찬성하는 진영에는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 : MPAA)와 미국레코드협회(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 RIAA), 미국상공회의소(USCC)를 필두로 소니, 디즈니, 타임워너, 워너브라더스, CBS, ABC 등 거대 미디어그룹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반대 진영에는 구글, 페이스북, 모질라, 이베이, 야후, 트위터, AOL 등의 인터넷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과거 몇차례 진행된 하원사법위원회의 공청회에서는 추진파와 반대파의 사이에 격렬한 논의가 전개되기도 하였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왕국을 구축하며 강력한 미디어 및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구축해 온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인터넷의 발전과 디지털화의 진전과 더불어 해외의 불법사이트와의 전쟁을 계속해왔다. 이를 위해 저작권법의 강화라는 법적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전자저작권 관리 등의 기술대책도 도모해왔으나, 불법 다운로드 및 해적판의 유통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 전반의 수익악화가 이어지면서 미디어 및 콘텐츠업계는 근본적인 대책을 포함한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는데, 이 점에서 SOPA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업계와 관련 의원의 유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찬성파는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인터넷 해적행위로 미국기업이 연간 약 1,350억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추산 등을 근거로 온라인 해적행위로 인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와 여기에 속해 있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소매산업에 종사하는 수 천개의 기업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보다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1)

반면 반대파인 인터넷업계는 SOPA와 PIPA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물론, 광고사업자, 결제서비스사업자의 영업활동 등 인터넷비즈니스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반박해왔다. 나아가 무엇보다도 이 법안들의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여 인터넷상의 콘텐츠 유통에 대한 통제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가장 주된 반대이유이다.

4. 주요 쟁점

SOPA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받아온 것들은 크게 다음의 세가지 점이다. 첫째, 미국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미국사법부는 해외에 있는 불법복제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법무부장관은 ISP와 광고회사, 결제기관에 대해서 불법사이트와의 거래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셋째,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도메인서버에의 국가 관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즉 SOPA에서는 저작권위반 제기가 있으며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의 불법사이트에 대해서도 웹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에 의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명령에 의해 ISP등에 정보제공의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SOPA에서는 미사법부에 일종의 수사권한을 부여함에 따라 미국 외부에 있는 사이트들, 이론적으로는 모든 외국의 사이트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2)

또한 SOPA에서는 불법사이트 관련 업체에 대해 비즈니스 정지를 명령할 수 있으며, 그 외에 불법사이트에 접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메인네임서버(DNS)에서의 삭제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SOPA의 규정에 따르자면, 워너브라더스와 같은 미국의 미디어사업자가 한국의 한 웹하드업체에서 자사의 영화가 토렌트 파일로 다운되고 있음을 인지할 경우, 구글은 그 웹페이지가 검색되지 않도록, Paypal에는 그 사이트의 결제를 중단하도록, 광고서비스업자에게는 그 사이트의 광고를 취소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사이트를 블락해서 접근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쟁점은 미정부에 의한 도메인네임서버의 관리 시도 문제이다. 즉 지금까지 인터넷거버넌스의 구조에서 미국이 중심에 있고, 인터넷 계층구조의 정점인 루트서버(Root)가 미국에 있는 것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인터넷의 중립성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온 미국이 DNS를 미국 사법권 하에서 관리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불법복제의 퇴치를 위한다고 하지만, DNS서버를 관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3)

인터넷은 누구든지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하에 발전해왔다. 미국의회가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이익을 우선하여 인터넷에 있어서 정보유통을 방해하는 것은 이러한 인터넷 상의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라는 이상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여 DNS 간섭 조항은 SOPA 법안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수사권과 거래정지 등의 권한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로 인해 인터넷이라는 국제적인 정보시스템에 미국의 이권이 지나치게 개입된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5. 맺음말

논란 끝에 두 법안의 추진은 연기되었으며, 이어 지난 18일 공화당 하원의원 Darrell Issa와 민주당 상원의원 Ron Wyden에 의해 SOPA와 PIPA 규정을 대폭 개선하면서도 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행위 보호에 초점을 둔 오픈법(Online Protection and Enforcement of Digital Trade Act : OPEN Act)이 제안되었다. 이 법안은 국방부에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권한을 부여했던 SOPA와 달리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고의로 저작권 침해행위를 하는 사이트 규제에 초점을 두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4) 이에 대해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업체는 일단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SOPA와 PIPA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1월 19일 미국 대법원이 세계최대의 파일 공유사이트인 메가업로드의 폐쇄에 이어 핫파일(Hotfile)에 대한 서비스 중단 요청 등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앞으로도 해외 인터넷서비스업체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무엇보다 SOPA 법안이 우려되었던 점은 미국 재판부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소송 과정을 통해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들을 너무 쉽게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미국의 콘텐츠사업자와 업계단체가 저작권침해를 명분으로 해외시장의 개방 등 교섭을 용이하게 방해하는 것도 가능하며, 비디오와 영화의 불법복제 등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 전반으로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SOPA 법안을 추진하는 논리의 근저에는 미국에게 피해를 주는 불편한 존재들을 무시하는 사고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에서 지금까지 발전해온 인터넷의 기본원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만연하고 있는 저작권침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하는 인터넷기업은 없을 것이다. SOPA와 PIPA 논란을 통해 인터넷 상의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상의 정보유통 및 표현의 자유라는 두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양립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1) Gerd Leonhard, “Rupert Murdoch Calls Google a “Piracy Leader”, 2012.1.15, http://www.mediafuturist.com/2012/01/rupert-murdoch-calls-google-a-piracy-leader.html [본문으로]

2) Nilay Pate, the verge,“What is SOPA and how does it work?” 2011.12.22. http://www.theverge.com/2011/12/22/2648219/stop-online-piracy-act-sopa-what-is-it [본문으로]

3) Allan A. Friedman, Cybersecurity in the Balance: Weighing the Risks of the PROTECT IP Act and the Stop Online Piracy Act, Brookings, Mar.12.2012. [본문으로]

4) http://en.wikipedia.org/wiki/Online_Protection_and_Enforcement_of_Digital_Trade_Act [본문으로]

저자 :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심의관, (전)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