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설치법 개정과 이용자 권리 보호

1. 서언

국회는 2015.1.20.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설치법)을 개정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절차에 사전의견 제출 절차 및 행정심판 등 불복절차고지 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시정요구의 처분성 유무에 대한 논란에서 헌법재판소 등이 처분성을 인정함에 따라 이를 입법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다. 시정요구에 처분성을 인정하게 되면 정보게재자도 모르게 정보의 유통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방지하게 되어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의미가 있게 된 것이다.

아래에서는 개정 배경이 되는 시정요구의 법적 성질에 대한 그 동안의 논의과정을 살펴보고, 개정 내용을 중심으로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개정 배경으로서 시정요구의 법적 성질의 변화

개정의 배경은 시정요구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그동안 처분성을 부정하다가 처분성을 인정하게 된 것을 계기로 하여, 처분에 적용되던 행정절차법 내지 행정심판법 적용을 하기 위한 것이다.

시정요구는 심의위원회의 인터넷정보에 대한 내용규제제도로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와 더불어 인터넷심의의 2가지 핵심적인 제도 중의 하나이다. 시정요구는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를 거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데(동시행령 제8조 제1항),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와 결합하여 인터넷심의의 주된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은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조치결과를 심의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동시행령 제8조 제3항),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제재를 할 것인지 그 법적 성질에 대한 분명한 규정을 두지 않아 처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실무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와 달리 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처분성이 없는 행정지도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판례도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여 오고 있었다.

그러나 시정요구가 이와 같이 권고사항 정도로 해석되는 경우라면 굳이 위와 같은 시정요구를 법적 제도로 규정하여 운영할 별다른 실익이 없는 것이고, 반대로 국민에 대한 기속력을 가지는 처분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그 적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었다. 특히 사업자는 시정요구를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조치결과를 심의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하고,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1호 내지 제6호의 불법정보에 대하여는 심의위의 제재요청(방통위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4항 제5항)에 의하거나 또는 제7호 내지 제9호의 불법정보에 대하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그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3항). 이와 같이 시정요구에 대한 사업자의 구속, 불응시의 제제조치로의 이행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권고사항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행정기관인 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조치결과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정보의 취급거부ㆍ정지 또는 제한명령이라는 법적 조치가 예정되어 있으며, 행정기관인 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의 발생을 의도하거나 또는 적어도 예상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처분성을 인정한 것이다.1

 

3. 주요 개정 내용과 문제점

. 의견진술의 사전고지 절차

1) 사전고지의 내용 및 예외

개정법에 의하면 심의위원회는 시정요구를 정하려는 경우 미리 당사자 또는 대리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제25조 제2항), 다만 예외사유를 4가지 들고 있는데,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시정요구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해당 당사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 3)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법원의 확정판결 등에 따라 시정요구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시정요구에 따른 의견진술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4)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가 그것이다.

원래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는 행정절차법상 처분의 사전통지에서 유래한다. 의견제출 또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처분 상대방에 대하여 사전통지를 하기 때문에 양자는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2

이에 따라 인터넷 내용규제에 있어서 처분성을 가지는 불법정보에 대한 제재조치에 대하여는 이미 사전 통지 제도를 두고 있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4항, 방통위설치법 제25조). 이번 개정에서 시정요구를 처분성을 가지는 행정작용으로 이해하고 제재조치에 대하여 부여하였던 사전통지의무를 확대 적용하게 된 것이다.

사전고지의 예외사유는 일반적으로 행정절차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외사유를 벗어나지 않는다(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5항 동시행령 제13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4항 동시행령 제35조,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5조 제2항 단서). 대개 예외사유는 사전통지가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는 것인만큼 그 의견제출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유 즉 공공의 필요상 긴급하거나 처분사유가 명백한 경우, 성질상 의견제출이 불필요한 경우 등을 나열하고 있다. 이 예외사유는 처분의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2) 사전고지의 상대방

개정법에서 시정요구에 대한 사전 의견진술의 상대방으로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있을뿐 이용자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고, 나아가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분명하지 아니한 문제가 있다. 이는 제재조치의 사전고지 대상을 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이 사전고지의 상대방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게시판 관리ㆍ운영자 또는 해당 이용자로 명시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제44조의7 제4항). 또한 제재조치의 경우에는 처분의 상대방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게시판관리·운영자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제44조의7 제2항), 사전통지의 상대방에는 그 외에 해당 이용자까지 확대하고 있는 점(제44조의7 제4항)과도 차이가 있다. 해석상 당사자는 시정요구의 상대방을 의미하는데, 법령에서는 시정요구의 근거(법 제21조 제4호)와 종류(동시행령 제8조 제2항)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시정요구의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3항 및 제4항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와 게시판관리·운영자가 시정요구를 받은 자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이용자가 해석상 상대방으로 포함되는지 보면, 시정요구의 상대방에서 이용자가 명식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정요구에 대한 불복절차인 이의신청절차에서는 이용자를 신청의 당사자로 정하고 있어 이용자에게도 사전고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사전고지의 상대방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으로 한정하고 이용자를 배제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사전고지의 효과가 발휘되기 어렵다. 이를테면 예외사유 제3호(판결 등으로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나 4호(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 경우)의 경우는 이용자의 사정과 관련이 매우 큰 사유라고 할 것인데, 이용자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와 같은 예외사유를 알기 어려운 것이다.

 

. 행정심판 등 고지제도의 신설

개정법은 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를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처분에 관하여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그 밖에 불복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절차 및 청구기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정요구를 처분으로 보고 그에 대한 불복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행정절차법 제26조의 행정심판의 고지 규정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행정심판고지제도는 행정처분의 복잡성을 고려하여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민주화, 행정의 통제를 위하여 인정된다. 고지제도는 행정절차의 일환으로 행정절차법, 행정심판법 또는 개별행정법에서 규정되기도 한다. 행정심판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처분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불고지 또는 오고지로 인한 심판 절차 자체의 변경을 가져온다(행정심판법 제23조 제2항, 제27조 제5항).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심판고지의 상대방에 이용자가 포함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의신청에서는 이용자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반면에 심판고지에는 당사자 이외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당사자는 위에서 보듯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한정하여야 하기 때문에 해석상 의문이 있다. 즉 문언해석에 충실하게 되면 이용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반면에, 행정심판 등의 고지의 상대방이 아니니 행정심판 등을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행정쟁송에서 신청인적격 또는 원고적격은 처분의 상대방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도 확대되는 것으로 학설과 판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이용자도 해당 시정요구에 대하여 정보게재자로서로서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정법률 제21조 제6항에서 처분의 상대방에는 이용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개정법이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심판고지제도를 신설하면서도 행정제재조치에 대하여는 적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의 오류라고 보아야 한다. 행정절차법 또는 행정심판법이 고지제도를 두고 있는 이상 굳이 방송통신위원회법에서 동 제도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고,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심판고지제도를 둔 이상 당연히 처분인 행정제재조치에 대하여도 포함하였어야 하는 것이다.

시정요구에 대하여는 불복방법으로서 이의신청절차를 두고 있는데(방통위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5항), 개정법에서 그 성격이 행정심판의 성격을 가지는지 논의가 가능하다. 보통 행정심판은 처분청과 심판기관이 분리되고 대심적 구조 등 사법절차가 준용된다는 점,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인정된다는 점(행정심판법 제4조) 등을 종합하면 처분청인 심의위원회가 절차를 주재한다는 점에서 특별행정심판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시정요구에 대한 단순 불복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4. 결어

개정법은 그간 시정요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처분성 논쟁을 종식시키고, 이용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사전고지나 심판고지의 상대방에 이용자가 누락된 점, 제재조치의 경우에는 심판고지가 적용되지 않은 점 등 입법오류가 발견되므로 향후 개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시정요구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절차적 권리를 도입한 입법취지가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규제당국의 신중한 처분의 요청이라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법상 의견진술의 예외가 규정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용함은 엄격한 제한이 뒤따른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한 ‘긴급성’의 예외사유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게 될 경우에는 의견제출 제도를 형해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란을 입법으로 해결한 만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

  1.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결정. 관련 행정사건에서도 처분성을 인정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0.2.11. 2009구합35924판결, 항소기각으로 확정). [본문으로]
  2.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의 내용과 의견제출방법을 상당한 기한 내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이고, 제한적으로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제21조). 이에 비하여 행정지도에 대하여는 행정지도의 상대방이 행정기관에 의견제출을 할 수는 있지만, 그와 같은 의견제출의 기회를 미리 부여하여야 할 법적 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행정절차법 제50조). [본문으로]
저자 : 황창근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KISO 저널 편집위원/KISO 온라인광고심의위원/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