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Architecture and Innovation

저자 : Barbara van Schewick
출판사 : The MIT Press
출판연도: 2010년

책의 시작부터 저자는 정성을 다해 인터넷 디자인 원칙(Design principle)으로서 모듈(modularity)과 레이어링(layering), 그리고 단대단 원칙(end-to-end argument)을 약 70페이지 가량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공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상세하게 설명된 인터넷 디자인 원칙들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미 부여와 함께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설명된다. 즉, 인터넷의 개방성은 인터넷 디자인 원칙으로 가시화되기 때문에 망중립성과 관련된 논의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논증가능한 내용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망사업자가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인터넷 디자인 원칙과 개방성을 침해하는 것은, 사회전체에 혜택보다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하고, 망사업자의 개방성을 침해하는 동기와 능력을 고려할 때 시장의 자율보다는 정부의 간섭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서문에서 저자가 감사의 표현을 한, 이 책에 대하여 토론하고 코멘트를 해 준 수많은 동료학자들의 명단이다. 한국에서의 망중립성 논의는 전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이용대가의 분담논의’, ‘mVoIP사업자의 기간통신역무화 논의’, 소위‘국익논란’등 넌센스 같은 토론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큰 그림에서의 인터넷의 개방성과 이용자들이 누릴 문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미디어 정책으로서의 망중립성 논의가 수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함께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부러웠다.

이 책은 과거에 저자가 썼던 학술논문들을 재구성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장 자체가 건조하고, 총 400페이지의 분량으로 하룻밤에 읽기도 어렵다. 하지만 저자의 논리들이 FCC 오픈인터넷규칙 보고서에서 상당히 인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국내에서의 망중립성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읽을 챕터와 순서를 정하여 주기도 하였으니, 목적에 따라 좀더 쉽게 읽을 수도 있겠다.

저자 :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전)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전)법무법인 문형 변호사/(전)부천종합법률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