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된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에 따른 역기능

최근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할 정도로 개인화된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들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에 따라 이용자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저장, 공유 및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개인화된 서비스들도 넘쳐나고 있다. 아마도 소셜-빅데이터 분석, ‘소셜-로컬-모바일(SoLoMo)’ 기반 인터넷 서비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개인화된 인터넷 서비스 환경의 도래를 상징하는 핵심 기술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개인화된 소셜 검색 서비스 출시에 이어 개인정보통합에 기반한 타겟광고 마케팅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첫째, 먼저 빅데이터는 SNS를 비롯한 각종 웹서비스를 통해 취합한 막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각각의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용도 등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기술 및 관련 서비스는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에서 소셜분석(social analytics) 시장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일찍이 빅데이터 분석서비스를 시작한 SAS, IBM, HP 등과 같은 글로벌 IT사업자들은 이미 국내 진출도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구글의 빅쿼리(Big Query),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 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의 확산은 소셜미디어 여론조사 수요 확대도 가져왔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한국 등에서는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게시물과 코멘트, 링크 등을 수집 분석하려는 소셜분석 서비스들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소셜(social), 위치(local), 모바일(mobile) 즉 SoLoMo에 기반한 인터넷 서비스도 크게 확산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사용자의 위치 정보 뿐만 아니라 사진/동영상의 얼굴인식 기술과 결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맵 상에 이용자 주변에 있는 여성의 위치와 SNS상에 공개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해주는 위치기반 애플리케이션인 Girls Around Me, 페이스북 프로필과 사진을 연결해서 친구를 태그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인 Klik, 한 장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면 낮선 사람이라도 같은 그룹으로 묶어주는 새로운 유형의 SNS인 COLOR 등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실시간(real-time) 웹서비스 기술은 음악, 동영상 등 모든 종류의 데이터가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는 매체환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SNS의 대중화로 주목받는 차세대 핵심 인터넷 기술이다. 최근 실시간 스트리밍 웹서비스의 확산은 이른바 ‘소비자 클라우드(Consumer Cloud)’의 활성화에 힘입은 바 큰데, 드롭박스, 아마존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등과 같은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 애플의 iCloud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온라인 동기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화된 인터넷 기술 및 서비스의 새로운 발전양상은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사회적 역기능 논란을 초래하면서 기업과 시민사회간의 갈등도 촉발시키고 있다. 아마도 최근 구글이 유투브와 구글+ 및 구글 검색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의 이용자 정보를 통합·연계 관리하겠다는 새로운 개인정보정책을 제시한 데 이어, 페이스북도 연대기순으로 이용자의 활동내역이 드러나 개인정보가 쉽게 공개될 수 있는 프로필 기능 ‘timeline’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되면서 시민사회의 반발과 더불어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의한 잇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예컨대 미국 시장조사업체 AYTM Market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45.4%가 개인화 검색(personalized search)에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며, 지난 2월말 미국 시장조사업체 Pew Research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기존 친구 목록을 삭제하는 등 자신의 개인정보를 덜 노출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구글의 개인정보 통합정책에 대해 구글 이용자들의 집단적 저항 및 대안찾기 노력의 일환으로 신생 검색서비스들(즉 Blekko와 DuckDuckGo)이 등장했는데 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화된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및 가치체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웹1.0의 온라인 서비스 환경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도 매우 취약한 약관 및 동의기반에서 비교적 일방적으로 수집되는 관행이 지배하고 이에 따라 사용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개인화된 인터넷 서비스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개인정보 범위를 더욱 폭넓게 요구함과 동시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발적 선택권 및 통제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즉 진화하는 인터넷 서비스 환경에서 프라이버시는 수동적 보호 및 외부적 규제의 대상에서 점차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의 영역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프라이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공개과정 및 공개정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의사(동의)가 얼마나 반영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최근 인터넷 서비스의 검색, 선택, 수용, 제작, 유통 등의 과정에 개인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러한 과정에 대한 개인의 결정력이나 제어력은 서비스에 따라서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수준이 제고되고 개인정보의 공개범위에 대한 이용자와 사업자 간의 자율적 합의체계가 보다 명료하게 확립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소셜-빅데이터, SoLoMo 서비스, 실시간 웹서비스가 IT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겠지만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이용한 사업모델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사적인 정보가 ‘빅데이터’의 일부로 축적되고 의식하지 못한 곳에서 해당 정보가 기업의 수익화에 이용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이 방대한 이용자 규모 및 정보를 앞세워 시장 장악에 나설수록 이용자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서 수익 창출과 이용자 권익보호 사이의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더욱 적극적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정부와 소비자들의 협력적 역할도 요구된다.

정부, 기업, 이용자 모두가 프라이버시 등 새로운 정보사회 규범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 협력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저자 :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