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제2호 추가 결정의 배경과 의미

1. 서론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하여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2010헌바47, 252(병합)]. 위 결정으로 그 동안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오던 본인확인제가 폐지됨으로써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악성댓글이 더욱 늘어나 그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위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가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한하는 정부규제는 향후에도 위헌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2년 6월 27일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하면서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하였는데(99헌바480),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이고 표현 촉진적인 매체로서 활약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인터넷에 자기의 의견을 올리는 게시판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게시판 기능으로 인해 인터넷은 사상과 표현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공론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자율’이 완벽하게 기능하지 않는 경우 게시판 기능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이용자들은 인터넷에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글이나 그림, 영상 등의 형태로 정보를 올리지만, 그 올린 정보로 인해 사생활 내지 명예훼손과 같은 권리침해를 받기도 한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분쟁 중의 하나이며, 기본권 내지 권리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큰 과제이다.

이러한 기본권 내지 권리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서「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임시조치 제도를 두고 있으며, 임시조치란 가해자의 게시물로 인하여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받은 경우 피해자가 권리 침해 여부를 소명하고 일반인의 게시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로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실체적인 판단 이전에 게시물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절차적인 측면의 사전조치이다.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라 한다)는 이번에 이러한 인터넷상 명예훼손 분쟁을 둘러싼 임시조치와 관련해서 의미있는 정책결정을 내어 놓았다. KISO는 이 정책 결정에서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공인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더욱 보장하고자 하였는데, 헌법재판소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 결정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2. 정책결정의 배경

KISO는 이미 2009년 6월 29일 정책결정 제2호를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였고,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인 경우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정책결정(이하 ‘추가결정’이라 한다)의 배경은 2011년 9월 모 검사에 대한 임시조치를 허용한 심의결정에서 ‘공인’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하게 할 필요성을 제기한데서 출발한다(심의-제2011-09-01호, 2011. 9. 16. 결정). 당시의 심의결정을 살펴보면, 검사가 정책결정 제2호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으나, 정책결정상의 공인의 범위에 대하여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명확하게 하되, 심의 시점에서는 정책결정 제2호의 취지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정책결정 제2호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해당 게시글에 대하여 사생활 보호의 사적 영역에 해당하고, 모욕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보아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로 결정하였다.

당시 심의 과정에서 검사도 공인이지만 임시조치 제한대상인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었다. 물론 검사가 공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실이다. KISO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에 임시조치 제한대상에서 제외되는 ‘공인’의 범위에 대하여 이후 논의를 통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심의결정문에도 명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검사가 임시조치 제한대상인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KISO 결정에 대하여 ‘정무직 공무원’은 간과하고 검사가 ‘공인’이 아니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KISO를 비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KISO가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KISO의 결정에 대하여 그만큼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정책결정의 내용

가. 공인의 범위 확대

정책결정 제2호는 정무직 공무원은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게시글이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소명하지 않는 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임시조치를 제한하되, 그 외 공직자 내지 하위직 공무원들은 비록 공적 업무와 관련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요건을 갖춘 경우 임시조치를 허용하자는 취지이다. 즉, 공인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해서 명예훼손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공인은 요건을 갖춘 경우 임시조치를 한 상태에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하자는 것이다.

정무직 공무원은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거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대통령, 국무총리, 지방자치단체장, 감사원장, 국회 사무총장, 국무 위원, 각 부처의 차관 등을 의미하는데, 전체 공인 중 정무직 공무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정책결정 제2호에서 임시조치가 제한되는 ‘공인’의 범위를 ‘정무직 공무원 등’으로 제한하다보니 정무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판사, 검사, 고위 공직자 및 군과 경찰의 고위직 공무원 등은 제외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무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이나 판사, 검사 등은 임시조치가 제한되는 ‘공인’에 포함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KISO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추가결정에서는 ‘공인’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신분과 기능적인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였다. 공직자는 신분상 당연히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자이기 때문에 ‘공인’에 해당하지만, ‘언론사’는 신분상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인’에 포함시키기는 어렵지만, ‘기능’측면에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여론형성과 비판 기능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직자’와 함께 ‘언론사’도 임시조치의 제한대상으로 추가하였고, 다른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이나 대표이사 또는 사주도 포함시킬 필요성도 있어 ‘언론사 등’으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가결정으로 임시조치 제한대상이 되는 공인의 범위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서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공직자와 언론사 등(이하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으로 한다)’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그 동안 임시조치 제한 대상을 정무직 공무원 및 이에 준하는 공무원으로 한정함으로써 그 밖에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들의 경우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조치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점을 보완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능’을 고려하여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언론사 등 기업을 추가함으로써 임시조치의 제한대상이 되는 ‘공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나. 임시조치의 허용사유

정책결정 제2호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에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 사유를 두고 있다.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 게시글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되는 내용인 경우 원칙적으로 임시조치가 제한되지만 다만, 공적업무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번 추가결정도 정책결정 제2호와 동일한 구조로 원칙적으로 임시조치를 제한하되 예외 사유를 두고 있다. 즉,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도 게시물 내용이 그 업무에 관한 것인 경우 원칙적으로 임시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게시물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거나 게시물의 내용 자체 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의하여 해당 공직자 등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시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여 비록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생활이나 명예를 보호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정책결정 제2호와 추가결정의 차이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 임시조치를 허용할 수 있는 사유를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의 경우에는 ‘명백한 허위사실’,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경우에도 임시조치를 허용함으로써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보다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의 사생활 내지 인격권을 더 보호하고 있다. 이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과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의 역할, 기능, 사회적 지위 및 권한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4. 정책결정의 의미

이번 추가결정의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임시조치의 제한대상이 되는 ‘공인’의 범위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서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를 더욱 더 보장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되었다. KISO의 이번 추가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와도 부합되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에 대한 임시조치 제한 확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 뿐만 아니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도 명예훼손에 대한 실체적 판단에 앞서 임시조치를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정책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공인’의범위를 확정하는 기준으로 ‘신분’외에 ‘기능’을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결정 제2호에서는 ‘공인’의 범위를 ‘신분’을 기준으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직자로 제한하였는데, 이번 추가결정에서는 ‘신분’외에 ‘기능’이라는 기준을 추가함으로써 공적 업무 내지 공익적인 기능을 하는 언론사 등 ‘기업’도 ‘공인’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향후 ‘기능’ 기준으로 인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임시조치의 제한은 ‘신분상 공직자’외에도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의 경우에 그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임시조치의 허용사유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한 가지 사유만 인정한 데 반해,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의 경우에는 ‘명백한 허위사실’과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까지 포함하여 임시조치 허용사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는 ‘기타 공직자’의 경우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과 비교하여 공직사회에서 서열, 지위, 정책결정 권한 측면에서 아래에 있다는 점과 ‘언론사 등 기업’의 경우 ‘신분’상 공직자가 아닌 사인이라는 점도 임시조치 허용사유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과 다르게 인정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번 추가결정은 임시조치의 제한대상이 되는 ‘공인’의 범위를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 기업’으로 확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공인’을 결정하는 기준을 ‘신분’외에 ‘기능’도 함께 고려한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예외적인 임시조치 허용사유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은 ‘명백한 허위사실’만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은 ‘명백한 허위사실’외에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경우’도 인정하여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과‘기타 공직자와 언론사 등 공인’을 합리적으로 차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KISO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규범조화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ISO는 그 동안 정책결정 또는 심의결정을 통해 자율규제 기능 확대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이러한 KISO 활동에 대하여 국민들은 깊은 애정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추가결정도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또 다른 결정을 통해 KISO가 자율규제의 첨병으로서 활약할 것을 기대해 본다.

저자 : 정경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KISO정책위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