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기의 해외 소셜미디어 활용사례

1. 재난시기의 소셜미디어 역할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은 사회발전이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1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인류에게 닥쳐 온 재난은 예측이 불가능한 대규모의 복합적인 참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재난의 효과적인 대응 및 관리는 기술적용이나 행정시스템의 고도화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재난피해자부터 재난관리 주체, 미디어, 모든 시민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정보전달과 피해복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더 큰 피해를 초래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나 임진강 댐 방류 야영객 사망사건에서처럼 재난 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행위주체간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2 또한, 부정확한 정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쓰나미에 의한 일본 원전방사능 누출 등 관련 인포데믹스의 확산은 공신력 있는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도 보여 준다.3

이와 같이, 재난 시 다양한 목적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재난관계자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혁명적 도구’가 바로 소셜미디어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무선 네트워크 발달과 모바일 디바이스 대중화 등에 따라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음이 국내외 재난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2. 재난시기의 소셜미디어 활용사례4

가. 아이티 대지진

2010년 1월 12일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고 10여일이 지난 후, 미국 국토안보부 국가운영센터(National Operations Center, 이하 NOC)에 하나의 트위터 메시지5 가 포착되었다.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나폴린(Napolin) 빌딩 안에 생존자가 갇혀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NOC는 이 메시지를 현지의 구조팀에 전달함으로써 무사히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생존자가 더 이상 살아있기 힘든 시기로 여겨져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때에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

바로 9/11사태 이후 설립된 NOC가 아이티 재난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한 ‘아이티 소셜미디어 재해 모니터링 이니셔티브(Haiti Social Media Disaster Monitoring Initiative, 이하 HSMDMI)’ 덕분이었다. NOC는 HSMDMI에 따라 주요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포함한 60여 개의 대표적인 온라인 포럼, 블로그, 공공웹사이트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수집한 정보 분석 결과를 연방, 주 및 지방정부 재난관리 공무원, 국제기구와 민간단체 등 현지 구조관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아이티 재난의 대응과 복구과정을 도왔다.

NOC는 정보의 정확성을 평가하기 위해 정보통합 및 비교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방대한 소셜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 영향평가(Privacy Impact Analysis)’를 통해 개인신상정보를 제거하여 공유하였다.6 앞서 제시한 구조요청 메시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수집‧분석된 소셜정보의 하나였고, 이렇듯 무수한 메시지 속에서 놓칠 수 있었던 메시지 하나가 피해자와 구조팀을 연결시켜 생명을 살리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나. 3.11 동일본 대지진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 사례는 소셜미디어가 다른 어떤 통신수단보다 위험상황에서 연결이 지속될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3월 11일 하루 동안 트위터로 전송된 뉴스의 2/3가 일본 대지진에 관한 내용이었던 만큼, 소셜미디어가 관련 정보와 소식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핵심채널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통화량 폭주 등으로 유무선 전화연결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가 상대적으로 통신이 가능한 환경에 있어 가능했다. 음성 통화를 위해 발신지와 수신지를 직접 연결하는 일반 전화망과는 달리, 인터넷망은 지역간 그물구조로 설계되어 우회로를 통해 서비스될 수 있는 경로와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특히, 트위터는 지진발생 당일 57만 2,000명이 신규가입하고, 발생 한 시간 이내에 매분 1,200건 이상의 생존자 위치, 현장상황, 구조요청 등의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속하고 체계적인 복구 작업에 기여했다. 이런 소셜미디어의 장점을 살려 일본 정부는 대지진 이후 재난관련 공공기관에서 트위터 계정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다. 조플린 토네이도

2011년 5월 발생한 토네이도는 미국의 미주리 주 조플린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8,000여 가구와 상점 500여 채를 파손하고, 162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토네이도가 쇼핑센터와 병원 등이 밀집된 제스터 카운티와 뉴톤 카운티에 집중되어 약 3조원의 재건비용이 발생했다. 재난이 발생한 며칠 후, 조플린에서 태어난 비쇼어(Mr. Beshore)는 페이스북에 “조플린 토네이도 복구(Joplin, Mo. Joplin Tornado Recovery)7 ” 사이트를 개설하여 구조와 긴급지원 및 재건비용 등을 위한 정보공유를 촉진시켰다.

개설 이틀 만에 늘어난 12만 3,000명의 팔로워들이 자발적으로 무수한 댓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 세계로 전달했다. 일반시민뿐만 아니라 적십자, 미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이하 FEMA)에서 운영하는 구호물품소 위치, 배급물품 및 주유소 정보 등 생필품 지원정보를 페이스북과 트위터 연계를 통해 확산시켰다. 또한, 조플린 사이트와 인터넷 화폐 교환사이트인 ‘Paypal’간 연계로 스위스, 남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의 해당 사이트 사용자들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 민간업체가 만든 ‘조플린 복구(Restore Joplin)’ 웹사이트는 관련 정보를 분류하고, 필요한 전화번호를 링크하여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전화 애플리케이션과 연결시킴으로써 직접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조플린의 사례는 일반시민이 만든 소셜미디어가 민간단체와 업체,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넘어, 재난대응과 복구를 위한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다자간 협력은 ICT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로서 역할을 다했다.

3. 기술발달과 소셜미디어 활용방향

소셜미디어는 재난발생 前(예방-대비), 後(대응-복구) 등 단계별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재난발생 전 단계에서 소셜미디어는 재난안전 관련 주요정책, 훈련, 재난지식 등의 지속적인 정보제공으로 선제적인 재난예방과 대비를 위한 범국가 차원의 인식제고를 촉구할 수 있다. 또한, 사전적인 재난관리 주체, 전문가 등의 실시간 연결체계를 구축하여 조기경보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진가가 발휘되는 재난발생 후 단계에서는 피해자-재난관리 주체간 상황인식과 긴급구조 및 지원을 위한 비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실종자 찾기부터 생존자 위치파악, 재난현장 자원봉사 및 구호 기금 모집 등 다자간 협력활동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불과 몇 초 후에 발생할 재난도 알 수 없는 지금, 인류에게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센서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GIS, 모바일, 지능형 로봇 등 첨단 ICT 발달과 융합은 대형화‧다양화‧복잡화되는 미래형 재난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8 이에 따라, 향후 소셜미디어도 클라우드 기반의 소셜정보 수집 확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전 재난 예측,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간 재난통신망 구축 등 새로운 서비스에 접목되어 보다 더 효과적인 재난도구로써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선주 외(2010), 공공부문의 성공적인 소셜미디어 도입 및 활용 전략. 『CIO 리포트』 24호.

정명선 외(2011), 소셜미디어 부작용 유형 분석 및 대응방향, 『IT정책연구 시리즈』 16호.

조성은(2012), 재난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재난안전』 14호, 40∼43.

한국정보화진흥원(2011), 『재난안전 부문의 소셜미디어 활용 선진사례 연구』

한영미 외(2011), 스마트 시대의 재난재해 대응 선진 사례 분석, 『IT & SOCIETY』 7호.

National Operations Center(2010), 『Haiti Social Media Disaster Monitoring Initiative』.

Ulrich Beck(1992),『Risk Society』, U.S.A(California): SAGE Publications.

www.facebook.com/joplinmo

  1. Ulrich Beck(1992), Risk Society, U.S.A(California): SAGE Publications. [본문으로]
  2. 조성은(2012), 재난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재난안전 14호, 40∼43. [본문으로]
  3. 정명선 외(2011), 소셜미디어 부작용 유형 분석 및 대응방향, IT정책연구 시리즈 16호. [본문으로]
  4. 제시된 활용사례는 한국정보화진흥원(2011), 『재난안전 부문의 소셜미디어 활용 선진사례 연구』 내용을 재구성 [본문으로]
  5. 트위터 메시지 : Let’s save this life. someone is still alive under the rubble at Rue Center, building Napolin. [본문으로]
  6. National Operations Center(2010), Haiti Social Media Disaster Monitoring Initiative. [본문으로]
  7. www.facebook.com/joplinmo [본문으로]
  8. 한영미 외(2011), 스마트 시대의 재난재해 대응 선진 사례 분석, IT & SOCIETY 7호. [본문으로]
저자 : 박선주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