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기 대안적 정보통로로서 SNS의 명암

1. 세월호 사건과 SNS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초 대부분의 승객을 구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건은 불행 중 다행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MBC와 KBS 등 주요 공중파 방송과 YTN, 채널A, 뉴스Y, TV조선, SBS에 이어 11시 8분 MBN 등이 뒤를 이어 전원구조 발표가 계속되었고, 석간 일간지인 문화일보와 내일신문은 전원구조가 인쇄되어 배포되기도 했다.1 하지만 곧이어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비롯해 수백 명의 탑승객이 구출되지 못한 사실이 인터넷과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타고 전달되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과 SNS는 관련 뉴스를 타전하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보낸 정보에 근거해서 기존 언론보도와의 차별성을 드러냈다. 물론 일부 SNS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허위정보가 유통되기도 했지만 사건의 전말이 전달되면서 주요 언론사들의 오보를 확인해 주었다. SNS 재난정보의 속보성과 실시간성, 그리고 시민들의 제보가 사건의 실체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 SNS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 이유는 구조과정에서 SNS를 이용한 허위정보가 유통되었고, 심지어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개된 반인권적인 게시 글까지 범람하면서 국민적인 비난을 받게 되었다. 과정에서 일부이지만 SNS를 악용하여 불법, 허위정보가 퍼지면서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SNS가 국민적 관심이 모인 큰 사건 앞에서 발 빠른 대응과 정보생산을 한 것과 달리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허위정보의 유통창구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시각은 여러 가지로 나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SNS가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재난시기 정보유통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2. 재난보도와 SNS

SNS가 등장한 이후, SNS 재난정보는 이미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특히 SNS 중에서 140자의 단문으로 서비스되는 트위터(Twitter,com)와 폐쇄형 SNS성격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KakaoTalk)과 라인(LINE)의 경우 스마트폰에 최적화 되면서 재난보도나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두각을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트위터 정보 확산속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개인의 의견이 게시되고 확산되는 시간이 한 연구에서는 약 55%의 리트윗이 1시간 이내에 이루어졌으며,2 다른 연구에서는 트윗 메시지의 50%가 30분 이내에 확산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3 SNS의 네트워크 확산성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그런 맥락에서 트위터를 위시로 한 스마트폰 기반의 SNS 장점은 정보습득과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SNS

실제 과거에도 재난과 관련된 SNS 속보를 찾아본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4 국내외적으로 SNS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은 2008년 5월 중국의 쓰촨성 지진을 트위터가 가장 먼저 세계에 전파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사건을 TV뉴스보다 1시간가량 먼저 보도했고, 2009년 1월에는 미국 허드슨강에 추락한 비행기 사고를 처음 보도한 것도 트위터였다. 그리고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보도와 구호활동에 트위터를 위시로 한 SNS가 중요한 기여를 했고, 2011년 3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보도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된 것도 SNS를 통해서였다. 한국에서도 2010년 폭설상황이 실시간으로 SNS에서 확산된 이래, 기상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에서도 트위터는 빠른 현장정보와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결합되면서 실시간 중계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5월과 6월에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수서역 방화사건 등에서도 SNS가 제일 처음 타전했다.

이와 같은 SNS 속보전달 기능은 SNS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와 함께 스마트 환경의 진전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재난이나 대형사고 정보는 현장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 효과가 발휘된다. 그 이면에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SNS 사용자들의 참여적 속성도 작용하고 있다. SNS 사용자들은 과거의 학습효과를 통해서 본인이 경험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다. 과거처럼 매스미디어에 투고하거나 제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전파하는 정보전달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기보다는 리트윗이나 정보전달과 생산에도 나서면서 시민들의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실(fact)를 전달하는 재난이나 대형 사고에서 SNS가 중요한 정보전달의 창구가 되었고 많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중동 민주화운동이나 국제 분쟁 등의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신문, 방송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지만, 최근에는 정보를 알게 된 사람이 SNS로 타인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3. 재난보도에 나타난 SNS의 명암(明暗)

SNS가 재난이나 사건 보도에서 최초 전달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SNS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세월호 관련 SNS 정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허위정보 또는 유언비어 유통과 관련된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SNS 허위정보와 관련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SNS가 등장한 초기부터 가짜 계정을 만들기도 하고, 정보를 왜곡 또는 허위정보가 유통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파키스탄 부토 전총리가 사망했을 때 후계자로 거론된 아들의 페이스북 (Facebook.com)사건이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페이스북 계정을 보고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서방에 우호적이며, 여자들을 좋아하는 청년이라고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가짜 계정이었다. 당시 보도를 했던 AFP 등 유력 언론사들은 사과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SNS 계정이 개설되어 나중에 그것이 허위로 발견된 적이 있었다. 아울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SNS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SNS를 이용한 개인정보 침해도 심각한데, 2010년 뉴욕 러트머스 대학교에 다니던 클레멘티라의 자살 사건은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다.5 그만큼 SNS의 네트워크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해준 사건이었다. 프레이저와 두타(Fraser & Dutta)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SNS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여론과 정보조작의 위험성 그리고 가상의 인물에 의한 허위 계정 가능성을 오래전에 경고했다.6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SNS를 악용한 허위정보와 유언비어의 확산이 나타났다. 몇 가지 사례만 간략히 보아도, 구출신호 조작, 해경과 구조기관과의 밀약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성되어 유포되었던 반인권적인 게시글, 특정 지역과 여성을 비하하는 글의 게시,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음모설이 난무했다. 이러한 글은 피해자와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고 심한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SNS 사용자들이 재난보도와 국가적인 사건에서 부정적인 측면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소수의 사용자들이 악플과 명예훼손적인 글들을 게시했을 뿐 다수의 사용자들은 SNS의 순기능적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한다. 이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이티 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구호와 지원을 위한 운동을 SNS에서 전개하기도 한다. 재난과 관련한 각종 구호와 성원의 글을 올림으로써 희생자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활동도 활발하다. 실제 네이버의 세월호 추모게시판은 사건 이후 2014년 6월 11일 현재 추모글 487,297건이며, 다음의 추모 게시판은 253,965명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게시판만이 아니라 SNS에 연동된 경우를 생각한다면 더욱 숫자는 늘어난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SNS에 게시했던 노란리본 운동도 SNS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 재난시기의 구호지원과 추모활동에서 SNS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둘째, 미디어 측면에서도 SNS는 세월호 사건 초기에 기존 언론사들이 밝혀내지 못했던 사실을 발굴하거나 허위정보를 걸러주는 일종의 자기정화와 정보의 검증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단원고 한 학생의 페이스북과 위치기반서비스 메시지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에 의해서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SNS 허위정보와 유언비어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민간 잠수부 홍모씨 역시 인터뷰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들이 먼저 규명했다. 과거 그녀의 행적을 알고 있던 야구 커뮤니티에서 의혹이 시작되었으며 확인결과 자격증 문제도 있었고, 본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인터뷰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상의 맥락에서 본다면, SNS는 재난시기 보도에서 명과 암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어느 한 측면을 너무 단순화해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4. 장점과 단점을 잘 인지하고 정보를 접해야

SNS의 명암은 오래전에 알려진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더욱 부각된 것은 사건이 가지는 사회적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다. 300명이 넘는 목숨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던 국민들의 마음에서 일부 악의적인 SNS 게시글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측면 이외에도 우리가 면밀히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SNS가 재난보도에서 부정적인 면만을 노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당초 가장 큰 오보는 기존 언론사들에서 시작되었다. 확인하지 않는 정보를 통해서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오보는 세계 언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일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오히려 초기에는 SNS가 중요한 정보통로로서 기능했으며, 나중에도 사망자들의 SNS 교신내용이 확인되면서 해경과 관계당국, 그리고 선원들의 도덕적 문제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SNS는 이론적으로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베이컨의 6단계의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7 때문에 개인의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혼재되어 있다. 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 등이 자칫 검증이 없이 유포가 된다면, 그것은 급속도로 전 국민들이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NS 사용자들이 현명하게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즉 리터러시(literacy)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이 때 일부 악의적인 SNS 사용자들이 허위정보와 유언비어를 퍼트릴 경우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9.11테러나 여러 국내외 재난보도의 경험을 본다면 악의적인 SNS 사용자보다 집단적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의의 SNS 사용자들이 더 많다. 이들의 집합적 정보공유와 집합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의해 SNS의 정보는 자기정화가 되었으며 오히려 기존 언론이 제공하지 못했던 부분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차원에서 일부 언론이나 정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SNS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침소봉대(針小棒大) 하기보다는 SNS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시민들도 자기정화 차원에서 SNS 상에서 정보가 범람해도 이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능력인 리터러시를 제고해야 할 것이고, 기존 언론사들도 SNS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경향신문(2014.05.21.)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진상 반드시 밝혀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212111075&code=990101; 오마이뉴스(2014.04.17.). <문화> <내일> ‘세월호 학생 전원 구조’ 오보 사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1896 [본문으로]
  2. Kwak, H., Lee, C., Park, H., & Moon, Sue(2010). What is Twitter: A social network or a news media?. Proceedings of the 19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World Wide Web. Raleigh, North Carolina. [본문으로]
  3. 한상기(2011). SNS 발전에 따른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분석 및 대응과제 연구, 한국인터넷진흥원 발표논문. [본문으로]
  4. SNS의 속보 관련 주요 사건은 조희정․이상돈(2011). 네트워크 사회의 사회적 개인의 발현과 공조. 『시민사회와 NGO』, 제9권 제2호, 241쪽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보완하여 재구성 했다. [본문으로]
  5. 사건은 클라멘티라가 동성애자였는데 상대방과 만나는 장면을 룸메이트가 동영상으로 트위터에 게재했다. 그 이후 클레멘티라는 자살했고 동영상을 올린 친구는 사이버 폭력 혐의로 유죄를 받게 되었다.   [본문으로]
  6.  Matthew Fraser and Soumitra Dutta(2009). Throwing Sheep in the Boardroom: How Online Social Networking Will Transform Your Life, Work and World. WILEY. [본문으로]
  7. 미국 배우 케빈 베이컨(Kevin Bacon)을 중심으로 헐리우드 영화배우들이 6단계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이론이다.   [본문으로]
저자 :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