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에 관한 가처분 사례

1. 서언

어느 날 인터넷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비방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피해의 확산을 방지할 것인가. 이번에 소개하는 판례는 그 법적인 구제방법 중의 하나로서, 게시된 명예훼손 게시물을 가처분의 방법에 의하여 삭제하는 방법에 관한 사례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0. 16. 2013카합1661 결정). 이 사례는 피해자가 유명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운영자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등 게시물에 대한 방치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사건으로 보도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1) 그러나 사실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명예훼손 표현물 삭제조치에 대하여는 이미 다양한 판결이 내려진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없으나, 아마도 유명 인터넷커뮤니티인 ‘일베’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으로서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상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유통되는 경우에 피해를 구제하는 방법으로는 형사적으로 정보게재자를 처벌하는 방식,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청구와 해당정보의 삭제를 요구하는 방식,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를 통한 삭제 등의 행정제재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2) 이 중 해당정보의 삭제를 취하는 민사상 삭제청구소송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조치는 원상회복조치라는 성격을 가지면서 인터넷상의 유통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터넷은 그 이전의 어떤 매체보다도 전파성과 유통성이 강화된 매체이기 때문에 가장 최선의 원상회복조치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여 더 이상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시물의 삭제는 해당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이행청구소송을 통하여 강제할 수 있으나, 본안소송을 통하는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게시물의 전파방지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매우 어렵다. 이를 대비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삭제 등의 임시조치제도(제44조의2)를 두고 있으나, 이 제도는 자율적, 임시적, 비강제적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하는 제도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결국 사법적인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사례는 바로 이와 같이 인터넷사이트 운영자가 게시물의 삭제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본안소송에 앞서 본안판결과 동일한 만족을 가져오는 삭제 가처분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2. 이 사건 결정의 요지

이 사건의 의미는 첫째 만족적(단행적) 가처분 방식에 의하여 최근 빈발하는 인터넷상 명예훼손등 게시물의 삭제를 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한 점, 둘째 게시물의 삭제 법리에 대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점, 셋째 기타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제도에 있어서 일부 절차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신청 요지를 보면,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인인 신청인이 피신청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인터넷사이트 ‘일베’에 ‘강간범, 성폭력범, 성추행범, 홍어, 전라디언, 종북, 좌좀, 좌빨, 똥꼬충, 호모새끼’ 등으로 지칭하거나, 욕설 등으로 모욕, 비하하거나 인신공격하는 게시글 또는 댓글이 계속적으로 게시되자, 신청인이 위 게시글의 삭제 등의 조치 요구를 하고 삭제 이후에도 이와 같은 행위가 반복되자 피신청인 이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피신청인이 6개월 동안 신청인이 피신청인에게 게시물을 특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그 요청을 받은 때로부터 2시간3) 이내에 게시물을 인터넷사이트에서 삭제할 것을 결정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위반행위 지속시간 1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5만원을 지급하도록 간접강제명령을 함께 결정하였다. 특히 법원이 내린 결정방식은 이른바 만족적(단행적) 가처분으로서 게시글에 대한 삭제명령의 가처분에 의하여 본안판결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가진다.

법원은 게시물 삭제의 법리에 대하여,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책임과 게시물 삭제의무의 관계, 판단기준을 설시하고 있는데 이는 후술하는 2003년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할 것이다. 게시물삭제의무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신청인에 대한 비방글의 불법성이 현존·명백하고, 신청인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되는 피신청인에 대하여 계속하여 비방글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하고 피신청인이 삭제 등의 노력을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비방게시물이 올라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신청인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지체 없이 삭제 등의 필요한 조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인터넷상 게시물에 대한 삭제 법리

인터넷사이트 운영자4)의 인터넷상 게시물의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는 해당 사이트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게시한 자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발행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삭제의무도 인정이 되지 아니하고, 예외적으로 그 게시물의 내용이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알거나 알았을 경우 등 특별한 경우에만 민사상 책임이 있으므로 삭제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이다. 대법원도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2다72194 판결)와 같은 취지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삭제의무의 존부가 당해 이해관계 내에서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일반적인 삭제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상시적인 모니터링책임을 부과하는 것인데,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사이트에서 그와 같은 상시적인 모니터링은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더라도 사적검열이라는 문제점을 발생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현행법상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의 삭제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이다(제44조의2)5). 게시물의 삭제절차를 보면 피해자는 해당 게시물이 자신의 명예 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등을 요청하고, 요청을 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 등의 임시조치를 취하고 그 사실을 정보게재자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핵심은 인터넷상 게시물의 명예훼손성 여부에 대하여 피해자가 특정하여 소명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 특정된 게시물에 대한 ‘신청’을 전제로 이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의 삭제 신청이 없으면 인터넷사이트운영자는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사이트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유통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폐해를 예상하여 간단하고 신속하게 해당 불법정보의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으로서, 소송절차와 비교하여 해당 인터넷사이트의 운영자로 하여금 피해자와 정보게재자 간에 발생된 분쟁에 대하여 임시적이고, 중간적이고, 자율적인 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게시물 삭제에 관한 분쟁해결방식의 하나라고 하겠다. 결국 이 제도에 의하면 피해자의 삭제 요청(신청)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삭제 등의 법적 의무가 분명해지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상 게시물의 삭제에 대하여 대법원은 2009년 전원합의체판결로서 중요한 판단을 한 바 있다(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피해자의 신청을 요건으로 하는 명문의 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고 이 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상시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인정할 소지를 제공하여 인터넷의 특성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게시물 삭제의무의 일반 법리로 채용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6)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을 포털사이트에 관한 사안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 전원합의체판결의 논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결언

이 사안은 1심 가처분결정에 불과하지만, 일명 일베의 게시글 삭제에 관한 결정으로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개인의 명예 등을 훼손하는 게시글이 인터넷사이트에 게재될 경우에 피해를 구제하는 방법이 마땅찮다.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의 경우에는 언론법상 정형적인 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네티즌의 이용행위에 대하여 이와 같은 전통적인 언론법상 구제수단을 취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정보통신망법이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조치로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피해자 요청에 따른 게시물의 삭제 등 임시조치를 하도록 규정을 둔 것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결국 사법절차에 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법절차 중 본안판결에 의한 구제방안은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인터넷상 분쟁해결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가처분으로서 본안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취할 수 있다면 유효한 분쟁해결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바로 이러한 만족적 가처분을 게시물 삭제에 적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만족적 가처분을 통하여 인터넷상 게시물의 확산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1) 연합뉴스, “법원, ‘일베’에 게재된 비방글 삭제 요청 받아들여”, 2013. 10. 17.(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43101 2013. 12. 23. 검색) [본문으로]

2) 그 외에도 당사자 간의 소송 외 대체적 분쟁해결방법인 명예훼손분쟁조정 등의 조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정보게재자의 동의를 요한다는 한계가 있다. [본문으로]

3)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에서는 삭제요청을 받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지체 없이 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구체적으로 ‘지체 없이’의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것인지에 대하여 삭제 요청으로부터 삭제까지의 최소한의 필요한 시간을 2시간으로 본 것이다. [본문으로]

4)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는 일반적으로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알려져 있지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영리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비영리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에 대하여는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명예훼손 등의 게시물의 삭제의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뿐만 아니라 인터넷사이트 운영자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본문으로]

5) 이와 유사한 제도가 「저작권법」상 불법저작물에 대한 임시조치제도(제103조)인데, 이는 삭제 대상이 불법저작물인 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정보통신망법상 제도와 절차와 효과가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본문으로]

6) 이 사건의 구체적인 판단에 관하여 보면 해당 사실관계의 내용이 언론에 다수 보도됨으로써 피고 포털사이트사업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와 같은 명예훼손게시물의 존재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결론을 내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게시물 삭제의무에 관한 법리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본문으로]

저자 : 황창근

前 KISO저널 편집위원장,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