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

Ⅰ. 들어가는 말

1. ‘한국적’ 인터넷 자율규제의 출발점은?

인터넷 자율규제에 관한 이론적 실천적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나 영국, EU 등 선진 서구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실제로 호주 등의 일부 국가에서 제도화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서구의 이론적 실천적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적인 측면에서 조망을 시도하는 연구들이 존재하였다. 물론 실천적인 측면에서 혹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서구에서 개발된 자율규제시스템 혹은 적어도 한국적 자율규제시스템을 한국 사회에 착근시키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국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는 ‘한국적 특수상황’으로 인하여 실천적 제도적 측면에서 발전이 더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가 실천적 제도적 측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들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와 비교해 볼 때 인터넷에서 주로 문제되는 정보 유형의 차이, 포털과 같은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의 책임론의 차이, 인터넷의 이념 및 본질에 대한 인식의 차이,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행태 및 패턴의 차이 등을 들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의 이념과 가치에 대한 몰이해, 정부영역의 역할에 대한 오해 등을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가 실천적 제도적 측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소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서구에서 논의된 자율규제에 관한 문제의식의 발로가 ‘인간의 존엄성 및 청소년보호’라는 맥락에서 주로 성적인 관련 불법정보(예컨대 child pornography)와 청소년유해정보의 효율적 통제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면, 한국에서 논의된 자율규제에 관한 문제의식의 발로는 출발은 이와 유사하였지만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명예훼손정보나 개인정보침해정보 등의 통제에 무게중심이 옮겨져 있다는 점이다.1) 따라서 자율규제시스템을 개발했던 서구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터넷 환경이 아닐 수 없고, 서구에서 개발된 인터넷 자율규제시스템이 적용되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둘째,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로서의 포털이나 ISP의 법적 책임에 관한 논의의 배경에 있어서도, 특히 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미국에서의 법적 책임 논의의 기저에는 자율규제론이 있다면, 한국에서의 법적 책임 논의의 기저에는 사회적 책임론이 존재한다.2) 즉 미국에서의 법적 책임에 관한 논의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이념으로 전제하면서, 이러한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서 포털이나 ISP에 의한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설정하고,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내지 조건의 형성’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의 법적 책임에 관한 논의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보다는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그 이념으로 전제하면서, 이러한 이념을 구체화하는 담론으로서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사회적 책임론’을 바탕으로 하여, ‘정부규제의 효율성 제고’를 제도화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론을 기저로 하는 정부규제의 효율성 제고와 포털의 법적 책임의 강화라는 환경 하에서는 포털에 의한 자율규제의 유인(incentive)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히 정부규제에 대한 순응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고, 결국 시장영역에는 오로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무임승차자들(free rider)의 상호 눈치보기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 인터넷의 이념 및 본질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한국적 특수상황이 존재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권위적이고 일방적이며 폐쇄적인 기존 미디어를 ‘보완’하는 하나의 ‘공론장(public forum)’으로 기능하는 대안매체에서 출발하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이념이라고 볼 수 있는 ‘참여, 개방 그리고 공유’의 정신은 웹2.0이나 UCC 등의 출현으로 인하여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서구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규제시스템의 운영을 담당하거나 담론을 주도하는 주체들은 인터넷을 이러한 대안매체로서 보기 보다는 또 하나의 ‘영향력 있는 매스미디어’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무절제한 참여, 폐쇄적이고도 상호불관용의 담론 형성, 사익을 위한 공유’로 점철되어 있는 ‘안전하지 못한(unsafe)’공간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이 강화된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인터넷이용자나 포털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전혀 아니다.

넷째, 정치적 문화 성숙도의 차이이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의 이념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정치문화는 후진성 그 자체이다. 표현의 자유의 이념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가장 떨어지는 영역이 바로 한국의 정치분야일 것이다. 정치적 비판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아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비판의 재갈을 물리려고 인터넷 규제시스템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항상 ‘인터넷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어떻게 해서든지 통제는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을 항상 정파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려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의 이념이나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위한 노력도 항상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치적 문화의 후진성이나 표현의 자유의 이념이나 가치에 대한 몰이해로 인하여, 자율규제에 대한 불신이나 회의가 팽배하고,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자율규제가 도입되고 착근하는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정부정역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규제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기준들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시장의 효율성 제고’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규제의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이것이 곧‘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부영역과 시장영역은 합리적·과학적 분석과 근거에 기반해서 각각 자신의 역할을 적절하게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는 특히 인터넷 분야에서는 시장영역에 맡겨야 할 부분까지 정부영역이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영역이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서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규제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규제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실명제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터넷 익명성에 관한 ‘커뮤니티의 자율성의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실명제를 채택할지 여부는 시장영역에 혹은 개별 사업자들에게 맡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실명제의 채택 여부는 국가가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각 개별 사업자들이 자신의 영업전략 내지 영업정책 중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A포털은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철저하게 실명제를 채택할 수도 있고, B포털은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비실명제를 채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느 포털을 이용할지는 이용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위험이나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3)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는 A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원을 확인받고 싶지 않은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덜 안전한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는 B포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국가형벌권을 통한 법적규제시스템이 여전히 적용될 수 있고, 또한 B포털 자체가 개발해서 적용하는 자정메커니즘을 통해 보다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B포털은 노력을 할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의 경쟁메커니즘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가가 강제함으로써, 인터넷 실명제는 규제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심지어 규제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한국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가 실천적·제도적 측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들을 몇 가지 진단해 보았다. 위의 것들 중에서 일부는 현실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고, 반면에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한국적 특수상황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에서 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들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 전에 인터넷 자율규제의 개념이 무엇이고, 인터넷 자율규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약간의 이론적 고찰을 하고자 한다.

2. 인터넷 자율규제란?

일반적으로 자율규제의 개념과 관련하여서는, ‘민간영역이 규제의 필요성을 스스로 자각하여 자발적으로 규제하는 경우’4)부터 ‘정부가 민간에 규제의 권한을 형식적으로 위임하는 경우’5)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유형이나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자율규제 개념 및 방식이 동시에 적용하거나 혹은 혼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자율규제를 도입하고 착근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표준(prototype)으로서의 자율규제의 개념이나 모델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율규제’를 ‘자유방임’이 아닌, ‘민간영역이 전통적인 정부영역에 해당되었던 규제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영역은 이러한 민간영역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지원함으로써, 규제의 합리화 및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6)으로 개념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자율규제는 정부와 민간의‘공동규제시스템(co-regulatory system)’과 사실상 동의어로 이해될 수 있다.7)

자율규제의 개념을 위와 같이 이해할 때, 이러한 자율규제의 개념은 무규제(non-regulation) 혹은 비규제(un-regulation)와 다르고, 또한 탈규제(de-regulation)와도 차별성을 띠게 된다. 무규제 혹은 비규제가 국가로부터의 회피, 국가와의 대결, 국가 개입의 반대를 의미하거나, 탈규제가 과도하거나 혹은 시장을 약화시키는 공적 규제를 제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필자가 여기서 원용하고 있는 자율규제는 국가와의 대결을 지향하여나 국가 개입의 철저한 반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공적 규제시스템을 거의 해체의 수준까지 완화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8) 오히려 필자가 원용하고 있는 자율규제는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행위자를 바꾸거나 최소한 민간영역이 정부영역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어서 규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자율규제의 개념을 위와 같이 이해한다면, 자율규제의 정부적 성격(governmental nature of self-regulation)이 자율규제의 핵심적 속성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9)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KISO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위와 같은 자율규제의 개념은 여전히 정부영역의 후견주의적 간섭의 전통이 강하고 ‘자유와 책임의 조화’에 보다 방점이 찍혀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그리고 자율규제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지배적인 한국적 환경에서는 일종의 표준으로서 혹은 과도기적 실험으로서 적절할 수 있다고 본다.

3. 자율규제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10)

자율규제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자율규제의 내용과 기능을 결정하거나 자율규제시스템의 모델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정부의 역할 문제를 다루기 전에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자율규제와 정부규제간의 관계문제다. 분명한 것은 자율규제가 정부규제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율규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더라도, 인터넷에 대한 법적·공적 규제시스템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안전, 공동체 구성원의 권익 보호, 인간의 존엄성 및 청소년보호,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가치의 존중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는 사실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공의 안녕과 사회적 안전이 염려되는 경우, 정부는 당연히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러한 정부의 고유한 역할을 자율규제가 대신해 줄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율규제는 정부규제의 완전 대체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인터넷의 불법·유해콘텐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 규제환경에서, 콘텐츠 규제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터넷 자율규제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터넷 자율규제의 ‘필요성’ 내지 ‘당위성’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인 규제’를 지양하고, 대신 자율규제의 토대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역할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① 조정과 지원

자율규제(=공동규제시스템)에 있어서 정부의 주된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시민사회의 자율규제 역량의 강화 및 자율규제 기반의 조성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를 조정한다(사회적 합의의 조정자). 둘째, 구체적인 정책을 설계한다(정책 설계자). 셋째, 당해 정책의 집행과 관련한 지원 및 감독을 수행한다(지원자 내지 감독자).11)

② 규제기관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의 예측가능성 보장

자율규제가 정착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12)의 권한행사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규제권한의 융통성 있고 신중한 행사가 필요하다. 규제기관에 의한 규제권한의 발동이 융통성 있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그 운영의 경직성이 인터넷사업자에게 위축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자율규제를 통해서 규율될 수 있는 기반 자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의 경직성이 인터넷 정보 유통에 악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예가, 2005년 상반기, 네이버(naver), 다음(daum), 네이트(nate), 야후(yahoo)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VOD(Video on Demand)의 음란성과 관련하여, 검찰이 VOD를 제작한 자와 그리고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VOD를 포털사이트 이용자에게 서비스한 포털사이트의 대표 및 실무자에 대해서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이용음란죄를 적용하여 기소한 사례이다. 2005년도에 검찰이 포털사이트의 성인용 VOD 서비스에 대해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음란정보유통죄를 적용하여 수사 및 기소한 이후,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는 성인용 VOD 서비스 자체를 완전히 중단시켜 버렸다.

결과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성인들이 성인용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완전히 봉쇄된 것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성인용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기반 자체가 없어진 셈이다.

③ 자율규제의 법적 보장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나 자율심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법집행의 대상에서 면제되거나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곧바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점은 바로 자율규제의 한계로서도 작용한다. 결국 자율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적 보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바로 이 부분에서 자율규제나 콘텐츠에 대한 자율심의가 작동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의 마련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예컨대 자율규제나 자율심의에 대한 면책조항을 입법화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의 정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한국에서 인터넷 자율규제를 위한 제도적 방안과 관련하여, 주로 자율규제의 법적 보장이라는 맥락에서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을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한국에서 인터넷 자율규제를 위한 제도적 방안

1. 기본적인 전제조건

(1) 면책조항의 입법화

현재 인터넷 자율규제를 시도하기 위해 7개 포털사가 주체가 된 KISO가 설립되어 있다. KISO의 주된 임무는 포털이 매개하는 게시물에 관한 정책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포털 매개 게시물과 관련한 정책기준의 수립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이 존재할 수 있다.

첫째,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의 권리침해정보이다. 권리침해정보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시스템이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되어 있는 임시조치제도이다.

둘째, 음란정보 등의 불법정보이다. 불법정보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시스템이 정보통신망법 및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에 규정되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이다.

셋째, 청소년유해정보이다. 청소년유해정보에 대한 규제시스템은 청소년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에 규정되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제도이다.

넷째, 저작권침해정보이다. 저작권침해정보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시스템이 저작권법에 규정되어 있는 Notice & Take Down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유형의 콘텐츠 규제에 있어서, 법적 공적 규제시스템과 자율규제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콘텐츠 규제와 관련하여 사업자의 법적 책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법제도의 정립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사업자가 자율규제조치를 하면 법적 책임이 면책된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국 자율규제에 대한 면책조항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책조항이 입법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콘텐츠의 ‘유통’에서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통제’에서 비롯되는 법적 부담(legal risk)으로 인하여 어떠한 사업자도 자율규제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면책조항은 자율규제에 있어서 하나의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자율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 및 포털의 사회적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강화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서도 기능한다.

우선 권리침해정보에 관한 임시조치제도의 경우, 면책조항이 없으면 포털의 경우에는 그 매개적 기능으로 인하여 정보게시자든 피해자든 어느 쪽으로부터도 법적 책임의 추궁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3이 규정하고 있는 임의의 임시조치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제6항은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의 임시조치에 대해서만 ‘임의적 책임감면’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임의의 임시조치제도의 경우에는 임의적 책임감면 조항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보다 ‘일반적인 필요적 책임면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작권법상의 Notice & Take Down제도를 임시조치제도에 수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불법정보의 경우에도 일정 정도 불법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내지 자율심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면책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축효과를 막기 위하여, 1996년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에 ‘쌍방향컴퓨터서비스(interactive computer service)’의 제공자는 다른 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출판인 혹은 발화자(publisher or speaker)’로 취급되지 아니한다는 것과 쌍방향컴퓨터서비스 제공자가 선의의 자발적 조치로 음란정보 등을 차단하는 경우에는 그 자발적 차단조치로 인한 법적 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는‘착한 사마리안 조항’13)을 둔 것은 참고할 만하다.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12조의 자율규제조항의 경우, 인터넷사업자가 일정한 콘텐츠에 대해서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판단하면, 별도의 심의절차 없이도 법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문제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판단한 경우에 대해서만 법적 효과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에는 어떤 법적 효과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는 어떤 법적 면책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어차피 사후심의를 통해서 청소년유해매체물 여부가 결정되므로 사업자는 스스로 심의해야 할 어떠한 동기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는 사업자의 판단에 대해서 법적 효과를 부여해 줄 수 있어야만 이 조항이 자율규제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14)

(2) 자율규제와 정부규제 간의 경계의 명확화

콘텐츠 규제에 있어서, 법적 공적 규제시스템과 자율규제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두 번째 전제조건은 자율규제와 정부규제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자율규제가 실시되는 경우에 기존의 정부규제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를 법적으로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정부규제와 자율규제가 이중적 또는 중첩적으로 적용되어 사업자는 이전보다 오히려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15) 특히 각 매체별로 별도의 규제기관 내지 심의기관이 존재하고 있고, 정부 주도의 심의 및 등급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러한 경계의 명확한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계의 명확한 설정은 위에서 언급한 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제시하였던 규제기관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의 예측가능성 보장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자율규제와 정부규제 간의 경계의 명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정부영역의 공적심의기관에 의한 콘텐츠 심의기능의 범위나 역할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현재의 한국적 상황상 법개정을 통한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공적 심의기관과 자율심의기구 간의 MOU체결을 통해서 역할분담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3) 자율규제의 절차와 방법의 구체적인 제시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방법과 절차, 실행기구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자율규제의 방법과 절차, 실행기구 등에 관한 사항을 어떠한 수준에서 그리고 어떠한 수단을 매개로 제시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모델이 가능할 수 있다.

예컨대 개별 콘텐츠별로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자율규제의 방법, 절차, 실행기구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적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명예훼손정보의 경우 자율규제가 가미된 임시조치제도라든지, 저작권침해정보의 경우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Notice & Take Down제도가 이러한 유형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에 사업자의 자율규범으로서의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정하게 하고 이를 준수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행동강령을 통한 자율규제의 효율성 담보를 위해서, 행동강령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법적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행동규약의 근거와 기준을 국가법이 제시하고, 그것의 구체적 내용은 사업자들이 정하여 이를 준수하며, 국가법에서 자율규제 준수에 따른 법적 책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모델이 가능한 것이다.16)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4가 ‘자율규제’라는 제명하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단체는 이용자를 보호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행동강령을 정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너무 막연할 뿐만 아니라, 행동강령을 통한 자율규제에 대한 보완적 장치들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서 그 자체로 실효성이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임시조치 등 권리침해정보 규제시스템에서의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

(1) 현행 임시조치제도의 문제점

현재 포털 및 KISO가 그 적용 및 집행에 있어서 가장 골치 아파할 뿐만 아니라, 그 본래취지와는 달리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억압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임시조치제도이다. 임시조치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는 것으로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하면 포털은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삭제또는 30일 이내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제도는 2000년도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통해 이미 도입되어 있던 ‘피해자의 삭제·

반박문게재요청제도’에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소위 ‘사이버 가처분제도’를 법률차원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가미한 것이다.

임시조치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정보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피해자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도모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임시조치제도는 최근 ‘권리침해정보 규제시스템’으로 불리어지고 있기도 한다. 임시조치제도야말로 포털 규제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어떠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슈이다. 왜냐하면 ‘피해자 – 포털 – 가해자(정보게시자)’라고 하는 또 다른 ‘삼각구도’하에서, 포털이 문제되는 정보 유통의 게이트키핑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임시조치제도를 통한 포털 규제는 이러한 게이트키핑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궁극으로 정보 유통이 통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시조치제도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현재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임시조치제도가 ‘피해자에 의한 남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vs.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국가나 정부권력, 사회적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내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간부의 사진과 관련된 사례17),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사례,18)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과 과련된 사례19), 2008년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동생과 관련된 기사 및 동영상과 관련된 사례20)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현행 임시조치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정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명예훼손인지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종국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명예훼손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다만 피해자의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으로 일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임시조치제도는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요청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많다. 포털들이 내부적으로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요청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업자의 내부정책에 불과하므로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현재는 임시조치의 요건충족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의 부담을 개별 포털사업자가 안게 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개선책으로 임시조치제도의 남용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단순한 주장만 있다고 해서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국한해서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여전히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포털사업자가 해야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게 되고, 실제로 명예훼손의 특성상 그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결국 포털사업자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현재와 같이 임시조치를 ‘자동적으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개선방안

첫째,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절차 및 재게시요청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임시조치에 대한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나 재게시요청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해제하고 원래의 정보를 재게시함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공적 심의기관으로 회부시키는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임시조치의 요건충족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의 부담을 개별 포털사업자가 안게 되는 문제점도 동시에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피해자의 임시조치요청에 따른 임시조치와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에 따른 재게시 과정에 있어서 매개자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면책을 규정하는 조항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독립적인 공적 심의기관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기능을 수행할 공적 심의기관은 그 설치나 구성, 운영 등에 있어서 전문성,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제3의 공적 심의기관 이외에 제3의 자율심의기관에서 담당하게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예컨대 KISO가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민간영역에서의 자율심의기관이 당장 제3의 공적 심의기관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적 심의기관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심의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제3의 공적 심의기관의 심의결과의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유인해 낼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적 심의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심의업무의 과중을 덜어주는 장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① 정보게시자에 의한 정보의 게시 → ② 피해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임시조치의 요청 → ③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지체 없는 필요한 임시조조치(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 당해 정보로 인한 배상책임은 면제됨) → ④ 피해자 및 정보게시자에 대한 즉각적인 통지 → ⑤ 정보게시자가 이의제기 및 재게시를 요청하는 경우(정보게시자가 공적 심의기관 또는 자율심의기관의 심의결과를 첨부하여 그 재게시를 요청하는 경우 포함) 피해자에게 재게시요청사실 및 재게시예정일의 즉각적인 통지 → ⑥ 재게시예정일에 당해 정보의 재게시(재게시조치를 취한 경우 당해 정보로 인한 배상책임은 면제됨) → ⑦ 공적 심의기관 혹은 자율심의기관에의 회부 및 분쟁조정절차 개시

위와 같은 프로세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절차에만 충실한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이 면제될 수 있으므로, 법적 책임에 대한 개별 사업자의 실체적 판단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둘째,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요청권을 보장함으로써, 임시조치의 남용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의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공적 심의시스템과 사업자단체에 의한 자율심의시스템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자율규제역량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심의에 대한 사업자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

3.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에서의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

인터넷 자율규제, 특히 정보매개자인 포털을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경우의 또 다른 예로서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는 전형적으로 사법기관에 의한 규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으므로,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는 자율규제가 적용될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에서의 자율규제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첫째,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이 당해 불법정보를 매개한 포털에 대한 규제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법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시 불법정보를 유통시킨 이용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 자체는 포털 규제와 관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은 2002년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21)을 받았던 불온통신제도가 그 범위를 불법정보로 설정한 상태로 존치한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불온통신제도의 구조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정보를 유통시킨 이용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과 별도로, 그러한 정보를 매개한 포털에 대한 규제시스템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이 법원에 의한 규제시스템 이외에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시스템을 주된 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상의 불법정보에 대한 행정적 규제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22)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명령권제도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23), 동법시행령 제8조24)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제도이다. 사법부에 의한 종국적인 불법 판단 이전에 행정기관이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서 정보유통의 차단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헌법적으로 정당하고 타당하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적 규제시스템의 일환 내지 연장선상에서 자율규제를 적용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행정적 규제시스템도 결국 그 적용에 있어서는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공적 심의기관의 심의를 전제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공적 심의기관의 심의에 자율규제를 가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에 있어서 자율규제 내지 자율심의를 적용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도적 조건 또는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첫째, 자율규제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에서 언급하였듯이,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와 정부규제의 경계를 명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율규제와 정부규제의 경계선의 설정 이전에 그 대상범위의 ‘외연’을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범위는 너무 넓다. 불법정보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경우에는 그것이 정부규제든 자율규제든 혹은 공동규제이든 ‘규제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된다. 따라서 그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불법정보의 범위는 2002년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것으로서 국가나 정부에 의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정보의 범위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나 정부에 의한 규제조치가 정당화 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정보의 범위를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에 국한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생각건대,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은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만을 대상으로 적용되도록 그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 예컨대 명예훼손 관련 정보, 혹은 사적 주체간의 분쟁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그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서 시정요구를 하는 것보다 요청에 의한 임시조치 등 절차적 분쟁해결프로세스에서 해결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만을 대상으로 적용되도록 그 범위를 좁히더라도, 요건을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제44조의 7 제1항 제8호)는 너무 포괄적이고, 제44조의7 제1항 제9호도 해석을 통해서 불법정보의 범위를 ‘무한정’ 확장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이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범위를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만을 대상으로 적용되도록 좁힐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두 담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 일부를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불법정보 중 음란정보에 대한 심의는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의 한국적 상황상 매우 민감한 정보인 국가적 법익에 관한 정보만을 심의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위임은 두 가지 방식을 통해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율규제기구의 판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간주하는 법규정을 둠으로써, 이러한 위임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법적으로 보장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자율규제기구 간의 MOU 체결을 통해서 업무분장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임의의 임시조치의 대상을 불법정보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의 임의의 임시조치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정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는 피해자의 요청에 의한 임시조치 등 절차적 분쟁해결 프로세스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임의의 임시조치의 대상은 불법정보에 국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불법정보 중에서도 국가적 법익에 관한 정보는 판단의 어려움이나 민감성 등의 성격을 감안할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 등의 공적 규제 시스템의 영역에 남기고, 음란정보에 대해서만 임의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음란정보에 대한 심의를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하는 것과 맞물려서, 음란정보에 대한 자율규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면책조항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임의의 임시조치의 대상을 음란정보에 국한시키고, 또한 음란정보 등 일정한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를 자율규제기구가 담당하는 경우, 불법정보에 있어서의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필요적 전제조건으로서 자율규제에 대한 면책리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개별 사업자 차원에서의 임의의 임시조치 내지 자율규제,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심의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는 면책조항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4. 청소년유해정보 규제시스템에서의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

우리나라에 있어서 청소년유해정보에 대한 규제시스템은 전적으로 공적 규제시스템의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이다. 일정한 콘텐츠가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이 담당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단·결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청소년에 대한 유통금지, 포장의무, 연령확인의무, 구분 및 격리의무 등의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12조가 ‘유해매체물의 자율규제’라는 제명하에 매체물의 제작·발행자, 유통행위자 또는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는 자율적으로 청소년유해여부를 결정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에 그 결정한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바로 청소년유해성 여부 판단에 대한 면책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판단한 경우에 대해서만 법적 효과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는 어떤 법적 면책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유해정보 규제시스템에서의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현재의 공적 심의기관 주도의 심의보다는 사업자 또는 KISO 등 자율규제기구 주도의 심의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청소년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와 공적 심의기관의 심의권한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다만 공적 심의기관의 심의는 적극적 심의에서 사후 확인적·소극적 심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① 개별 사업자에 의한 자율심의 → ② KISO 등?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사후심의 → ③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공적 심의기관에 의한 확인적 사후심의

예컨대 개별 사업자에 의한 ‘자율심의’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 KISO 등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사후심의’ 및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공적 심의기관에 의한 ‘확인적 사후심의’를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업자에 의한 자율규제의 방식을 띠게 함과 동시에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형태로 하는 것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자율규제는 이미 청소년보호법 제12조에 의해 입법화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존의 공적 심의기관에 의한 적극적 심의를 소극적·확인적 사후심의로 전환하는 것은, 어느 정도 KISO 등 자율규제기구와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위와 같은 자율규제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자에 의한 자율심의 및 KISO 등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사후심의에 대해서 면책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책이 필요한 경우는 개별 사업자에 의한 자율심의 및 KISO 등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사후심의에 의해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단된 경우뿐만 아니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단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당해 콘텐츠를 제작·게시한 자에 의한 이의제기로부터의 면책을 의미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공적심의기관에 의한 확인적 사후심의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되었을 때,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유통·매개에 대한 청소년보호법상의 법적 책임으로부터의 면책을 의미한다.

5. 자율규제기구의 법적 근거의 마련

필자는 지금까지 권리침해정보 규제시스템, 불법정보 규제시스템, 청소년유해정보 규제시스템에 있어서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심의를 공적 규제시스템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물론 개별적인 권리침해정보에 대한 임시조치, 불법정보에 대한 차단, 정보의 청소년유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업자가 할 수 있으나, 심의의 예측가능성이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자율규제기구가 그 판단을 대행할 수 있고 대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의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공적 심의기관과의 합의나 MOU체결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자율규제 및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규제기구의 권한을 명확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법적 근거를 두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예컨대 권리침해정보에 대한 임시조치에 있어서 권리침해 여부의 판단 및 불법정보 규제시스템에서 콘텐츠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대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심의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6. 공적 심의기관과 자율규제기구 간의 관계 – 경쟁적·보완적 관계

자율규제기구는 공적 심의기관과의 관계에서 경쟁적·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적·보완적 관계가 과연 현재와 같은 국가 주도의 규제시스템을 운영하고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러한 경쟁적·보완적 관계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현재의 국가 주도의 규제시스템이 국가에 의한 억압적·행정편의적 규제시스템이라는 비판, 혹은 국가에 의한 검열이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희석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자율규제가 정부 규제의 보완책으로 개발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속성상 정부규제가 규제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규제의 정당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규제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자율규제의 도입은 필요하다.

둘째, 공적 규제시스템의 투명성, 공정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자율규제기구와의 경쟁적·보완적 관계가 필요하다. 공적 규제시스템의 운영을 담당하는 공적 기관은 자신의 권한행사가 과연 투명하고, 공정하며, 예측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표현의 자유의 영역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 간의 갈등이 매우 첨예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의 영역에서 공적 심의기관은 그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정부영역으로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자율규제기구가 개별 사업자들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이러한 맥락에서 공적 심의기관이나 자율규제기구가 나름대로의 독립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콘텐츠 규제시스템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적 심의기관과 자율규제기구가 상호 경쟁적·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서로가 자신이 운영하는 규제시스템의 투명성, 공정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견제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나오는 말: KISO는 성공할 수 있을까?

KISO는 인터넷에서의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그 이념으로 세워진 자율규제기구이다. 물론 개별 사업영역이나 시장영역에서 자율규제를 위한 기구나 단체가 많겠지만, 인터넷 콘텐츠의 처리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그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는 기구는 KISO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는 그 간의 정부 주도의 인터넷 콘텐츠 규제가 그 ‘정당성’혹은 ‘효율성’의 양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점에 비추어, 합리적인 인터넷 콘텐츠 규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떻게 보면 KISO의 설립 그 자체는 한국에서의 인터넷 자율규제를 위한 출발점이지, 종착역은 결코 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자율규제를 위한 노력은 사실 현재의 수준에서는 걸음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과연 KISO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하기 나름이다!”그러면 누가? 어떻게? 정부영역과 시장영역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터넷 영역에서 자신의 고유하고도 적합한 역할에 맞게 행위한다면, KISO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KIS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전제조건들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화는 정부영역의 몫이라 생각한다. 특히 현재의 한국은 인터넷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영역의 긍정적인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인터넷 자율규제에 관한 선구적인 이론적 연구들 중 하나로 황승흠·황성기·김지연·최승훈, 『인터넷 자율규제』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4(이하부터 황승흠 외 3인(2004)로 함)를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주로 유럽에서 이론적·실천적 논의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인터넷 자율규제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도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하였지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인터넷 자율규제모델은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감히 자평하고 싶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유럽에서 제시되었던 인터넷 자율규제장치들 중 일부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실패하였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ICRA(Internet Content Rating Association)로 대표되는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Internet Content Rating System)은 훌륭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하여 혹은 너무 이상적인 모델인 나머지 착근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을 제도화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으나,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에 대한 오해와 정부 주도의 제도화에 대한 반발로 인하여 무산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에 관한 논의는 이론적 차원에서나 실천적 차원에서나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한다.

둘째,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콘텐츠 규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고 논란이 되는 정보 유형의 차이로 인하여, 유럽에서 제시된 인터넷 자율규제모델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제시된 인터넷 자율규제모델 중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이나 인터넷핫라인은 본문에서 언급하였듯이 성적인 관련 불법정보(예컨대 child pornography)와 청소년유해정보의 효율적 통제를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대상정보의 범위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한국적 상황에서는 오히려 명예훼손정보나 개인정보침해정보 등의 통제에 무게중심이 옮겨져 있는 관계로 이러한 장치들을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문제의식이나 자율규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한국적 상황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본문으로]

2) 이에 관한 자세한 분석은 우지숙,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 판단에 있어서 편집권 행사의 역할에 관한 연구” , 『인권과 정의』제395호, 대한변호사협회, 2007. 9, 54-77면. [본문으로]

3) 물론이경우 ‘객관적’으로 안전한지 아니면 ‘주관적’으로 안전한지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보류하겠다. [본문으로]

4) 이 경우도 개별 사업자별로 이루어지는 경우, 사업자협회 등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산업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등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5) 국가가 만든 국가 주도의 콘텐츠 심의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자율심의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소년보호법 제12조가 규정하고 있는 ‘유해매체물의 자율규제’라고 할 것이다. 동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매체물의 제작·발행자, 유통행위자 또는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는 자율적으로 청소년유해여부를 결정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에 그 결정한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매체물의 제작·발행자, 유통행위자 또는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매체물에 대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의 결정없이 제14조 및 제15조의 규정에 준하는 청소년유해표시 또는 포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6항은 매체물의 제작·발행자, 유통행위자 또는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가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표시 또는 포장을 한 매체물은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의 최종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간주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청소년보호법상 영상물의 등급분류에 대한 심의·등급분류권한을 갖고 있는 각주의 청소년업무 담당장관은 주간협정(Staatsvertrg)에 의해 이 업무를 공동으로 설립하거나 승인한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하고 있다. 그 이유는 헌법상 금지되는 검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즉 외형은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 심의업무의 수행은 영화산업계에 의해 설립된 자율규제기구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985년 주들은『영화에서의 청소년보호를 위한 주간협정(Vereinbarung uber die Freigabe und Kennzeichnung von Filmen, Videokassetten und vergleichbaren Bildtragern)』 을 체결하여,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심의 및 등급분류에 있어서 전문적인 판정기관으로서의 ‘영화산업 및 청소년심사기관의 자율규제위원회(die Ausschusse der Freiwilligen Selbstkontrolle der Filmwirtschaft/Jugendprufstelle: FSK/J)’의 심의를 원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동 협정 제1조). 즉 각주의 청소년관청은 위 자율규제기구의 심의결과를 받아들여 자신의 결정으로 공고하는 것이다. 물론 자율규제기구에 의한 심의라 할지라도 외형은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의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심의신청을 기각하거나 불리한 등급을 부여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이 허용된다. [본문으로]

6) 황승흠 외 3인(2004), 7-8면. [본문으로]

7) 황승흠, “인터넷 콘텐츠 규제에 있어서 법제도와 사업자 자율규제의 결합에 관한 연구” , 『공법학연구』제9권 제4호, 한국비교공법학회, 2008. 11, 265면. [본문으로]

8) 물론 기존의 공적 규제시스템이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완화시키는 것도 자율규제모델이 추구하는 지향점 중의 하나 혹은 자율규제를 위한 제도적 토대마련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9) 황승흠 외 3인(2004), 7-8면. [본문으로]

10) 황승흠 외 3인(2004), 194-196면. [본문으로]

11) 정책집행과 관련한 지원에 있어서, 흔히 예산지원을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 특히 포털시장에 있어서 사업자들 간의 시장 점유율의 불균형, 인터넷사업자들의 영세성 등을 감안하면 물론 국가에 의한 예산지원이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지원을 빌미로 자율규제기구를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자율규제가 정착되고 활성화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국가에 의한 예산지원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2) 여기서 규제기관이란 검찰 등의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법집행기관 및 정책기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각종 심의기관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본문으로]

13) 47 U.S.C. § 230(c). 구체적인 원문은 다음과 같다.

(c) Protection for “Good Samaritan” blocking and screening of offensive material

(1) Treatment of publisher or speaker
No provider or user of an interactive computer service shall be treated as the publisher or speaker of any information provided by another information content provider.

(2) Civil liability
No provider or user of an interactive computer service shall be held liable on account of –
(A) any action voluntarily taken in good faith to restrict access to or availability of material that the provider or user considers to be obscene, lewd, lascivious, filthy, excessively violent, harassing, or otherwise objectionable, whether or not such material is constitutionally protected; or
(B) any action taken to enable or make available to information content providers or others the technical means to restrict access to material described in paragraph (1). [본문으로]

14) 황승흠(2008), 284면. [본문으로]

15) 황승흠(2008), 281면. [본문으로]

16) 황승흠(2008), 281면. [본문으로]

17) 2009년 5월 1일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지하철 입구를 막고 시민들에게 장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었는데, 당사자인 서울경찰 모 간부가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하여 해당 사진을 담은 게시물 다수가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본문으로]

18) 2009년 4월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모 유력일간지에 의한 임시조치요청으로 인해 포털에서 초기 대량으로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본문으로]

19) 2008년 12월 최병성 목사( ‘생명과 평화’ 블로거 운영자)가 포털에 게재한 ‘1000마리 철새 떼죽음 된 시화호 원인 조사해보니’ 등 게시물 17개가 양회협회의 ‘명예훼손에 따른 임시조치 요청’ 에 의해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본문으로]

20) 2008년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동생이 부산에서 성매매와 상관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와 이와 관련된 동영상이 경찰청의 요청으로 초기 대량으로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본문으로]

21)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 [본문으로]

22) 제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보호법」 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 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본문으로]

23)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본문으로]

24) 제8조(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 정보 등)
① 법 제21조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 중「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말한다.
② 법 제21조제4호에 따른 시정요구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2.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3. 청소년유해정보의 표시의무 이행 또는 표시방법 변경 등과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본문으로]

저자 :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교육위원회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심사 전문위원/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재분류자문위원/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편집위원/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