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바이러스’ 확산, 그리고 기업의 책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상처가 가득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 불안과 공포까지 자라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속 깊이 숨겨뒀던 ‘혐오’와 마주하기에 이르렀다. 뉴스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SNS)에는 중국과 대구, 그리고 신천지 등 종교를 비하하는 표현이 쏟아졌다.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등장한 혐오 표현의 수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 3월2일 공개한 시정요구 결정문을 통해 엿볼 수 있다.1방심위는 ‘코로나는 열에 약하다. 다시 한번 지하철에 불을 질러 O쌍디안(경상도 사람의 혐오표현)을 통구이로 만들어서 코로나를 잡아야한다’, ‘이참에 광주에서 함퍼지고 봉쇄시킨 후에 땅크로 홍O새끼들(전라도 사람의 혐오표현) 싹다 밀어죽여야 된다’ 등의 표현을 공개하며 “특정 대상을 차별·비하하거나 조롱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혐오 표현 6건에 대해 심의를 통해 삭제 의결하고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혐오는 문명의 역사와 함께해온 존재다. 바이러스가 생명체의 기원과 뗄 수 없는 관계이듯이, 문명 발전의 극적인 국면에 혐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낯선 것에 대한 공포로 피어난 혐오는 정치 권력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통치 수단이었다. 유럽 중세시대에 벌어진 ‘마녀 사냥’으로 자라난 혐오는 독일 제국주의자가 저지른 ‘홀로코스트(Holocaust)’로 진화했다.

혐오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문명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유럽 대륙에 중동 난민 문제를 만들고 있다. 유럽 안에서는 난민들을 향한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감정을 기반으로 한 뿌리 깊은 혐오를 넘어 계층화 한 혐오가 일상을 파고든지 오래다. 초등학생들이 ‘월거지·전거지·빌거·엘사’ 등 일상화한 표현을 쏟아낸다.2

여성·인종을 향한 혐오는 더 심각하다.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극단적인 여성 혐오 표현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논쟁이 확산하면서 국내의 여성 혐오에 대한 갈등도 깊어졌다.

‘혐오의 민낯’은 난민 이슈에서도 목격됐다. 2018년 6월 예멘 출신 난민 55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자, 무슬림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가 분출됐다.3논쟁 과정에서 난민법 제도의 악용 등 합리적인 우려도 있었으나, ‘무슬림=테러리스트’와 같은 맹목적 비난도 가세했다. 한국 사회의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를 노골적으로 목격할 수 있던 사건이었다.

코로나19 국면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 한국 사회의 ‘혐오 바이러스’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

우선, 현시대의 혐오가 진화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혐오 행위와 논쟁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벌어진다. 온라인 영역의 혐오 표현은 기록과 검색 등으로 인해 오래 남아 해악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 확산 속도도 빠르고, 광범위하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으며, 익명성도 보장된다. 게다가 온라인의 특성상, 국가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 법 규제 적용도 어렵다.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 혐오 표현과 관련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4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은 이미 온라인 혐오 표현에 대한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크라이스트처치 콜(Christchurch Call)’을 들 수 있다.5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용의자가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신의 범행을 생중계한 사건을 계기로 구글·페이스북 등 8개 정보기술 기업은 테러와 극단적인 폭력 콘텐츠·증오 표현 규제를 위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6크라이스트처치 콜 선언에는 뉴질랜드·프랑스 등 각국 정부도 참여한 바 있다.

온라인 혐오·폭력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논의는 좀 더 구체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9년 11월 열린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IGF 2019)’에서도 이 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바 있다.7당시 테러 및 폭력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기업의 자정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간 가운데ᅠ폴 애쉬(Paul Ash) 뉴질랜드 국가안보정책부 담당관은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사건 이후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도 지난 2월 발표한 온라인 콘텐츠 규정에 대한 백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정책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인터넷 기업과 규제 당국, 시민사회, 그리고 이용자들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8

국내 인터넷 업계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자율규제에 대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카카오는 2019년 10월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의 관점에서 연예 뉴스에 대한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으며, 지난 2월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곧이어 네이버도 지난 3월 연예 뉴스에 대한 댓글을 없애고, 인물 연관 검색어 서비스도 종료했다. 연예 뉴스의 댓글이 사생활 침해와 인격 모독 등 혐오 표현의 진원지 역할을 해왔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카카오는 댓글 서비스 정책을 보완하면서 댓글 신고항목에 ‘차별/혐오’를 새로 만들고, 외부 전문가 및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혐오·폭력성 콘텐츠 관련 자율규제 기준과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에 나설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9

물론 국내 인터넷 업계가 자율규제 강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공론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율규제가 언제나 ‘옳은 해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지점은 온라인 혐오 표현을 그저 두고만 볼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국내 인터넷 업계의 행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점을 보면 그렇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카카오와 네이버가 혐오 표현의 자율적 대응 노력을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며 “혐오 표현이 민주적 가치와 평화를 위협하고 특정 집단이 혐오 표현의 피해자가 되는데도 우리 사회가 이에 침묵하는 것은 편견과 불관용에 대한 무관심으로 비춰질 뿐 아니라 혐오 표현을 용인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10

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해 온 독일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는 “증오와 폭력은 그 자체만 따로 떼어 비난하기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들을 함께 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11

혐오 표현으로 표출되는 한 사회의 증오와 폭력을 무턱대고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며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안의 혐오 현상을 확인하는 시간을 넘어, ‘혐오 바이러스’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2020.3.2.). 코로나19 관련 특정 지역 혐오 표현 시정요구 결정. http://www.kocsc.or.kr/cop/bbs/selectBoardArticle.do. [본문으로]
  2. 머니투데이(2019.11.17.). “이백충·월거지”……초등학교 교실에 퍼진 ‘혐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111413072762375. [본문으로]
  3. 한겨레(2018.6.18.).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500명, 무슬림 혐오에 내몰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49580.html. [본문으로]
  4. 국가인권위원회(2017).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본문으로]
  5. 연합뉴스(2019.5.16.). 인터넷 공룡기업들, 테러·증오콘텐츠 규제 합의. https://www.yna.co.kr/view/AKR20190516002900081?input=1195m. [본문으로]
  6. 크라이스트처치 콜에 참여한 8개 기업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트위터·유튜브와 프랑스의 검색엔진 서비스기업 ‘콴트(Qwant)’, 프랑스 동영상 플랫폼 데일리모션(Daily Motion)이다. [본문으로]
  7. IGF(Internet Governance Forum, 2019). Addressing Terrorist and Violent Extremist Content Online. https://www.intgovforum.org/multilingual/content/addressing-terrorist-and-violent-extremist-content-online. [본문으로]
  8. Facebook(2020.2.17.). 『Charting a Way Forward on Online Content Regulation』. https://about.fb.com/news/2020/02/online-content-regulation/. [본문으로]
  9. 카카오 보도자료(2020.2.26.). 『카카오, 이용자의 참여와 선한 영향력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 https://www.kakaocorp.com/kakao/prChannel/pressReleasesView?boardIdx=10097&currentPage=1&currentGroup=1. [본문으로]
  10.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20.3.5.). 『최영애 인권위원장, “온라인 혐오표현 근절을 위한 자율적 대응 노력 바람직”』.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menuid=001004002001&pagesize=10&boardtypeid=24&boardid=7605107. [본문으로]
  11. 카롤린 엠케(2017). 『혐오사회-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서울: 다산지식하우스. [본문으로]
저자 : 김성환

카카오 대외협력팀 부장/ KISO 저널 편집위원